“이제 정치도 패러다임 시프트 절실… 권력투쟁 넘어 보수의 가치 추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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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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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소장파의 정치적 멘터’ 윤여준 前장관

한나라당의 쇄신 돌풍을 주도하는 당내 소장파가 거론될 때마다 함께 오르내리는 사람이 있다. 한나라당의 ‘영원한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사진)이다.

그는 2004년 당시 박근혜 대표를 도와 17대 총선을 진두지휘하며 당을 ‘탄핵풍’에서 구하는 데 일조했다. 소장파 의원들과 다양한 인연을 맺고 있어 ‘소장파의 정치적 멘터’로 통하기도 한다. 소장파는 그를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공개 추천하기도 했다.

윤 전 장관은 2008년부터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생활정치’와 리더십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난 잊혀진 사람”이라며 인터뷰를 사양하던 윤 전 장관을 13일 설득해 최근 한나라당 재편에 대한 진단을 들어봤다.

―최근 공·사석에서 한나라당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얘길 했는데, 어쨌든 당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한나라당 내 권력이동에는 관심이 없다. 집권여당이 고장 난 원인을 친이(친이명박)계에서만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

―고장 난 진짜 이유는 뭔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카오스(혼돈)적 상황에 처한 것은 2011년 한국의 민심이 정치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가치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 한나라당의 움직임이 성과를 내려면 계파 간 권력투쟁을 넘어서야 한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뭔가.

“이명박 정부에서 부족했던 진정한 보수의 가치다. 성과, 불통, 이런 것 말고 절제, 희생, 책임, 자유 같은 것들이다. 이제 정치도 패러다임 시프트(전환)가 절실한 시점이다.”

―한나라당의 쇄신풍도 결국 ‘이대론 내년 총선에서 떨어진다’는 의원들의 개인적 이유에서 비롯됐다. 이게 가치의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중요한 관점이다. 최근 움직임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임 공포’라는, 국민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정치인 자신들만의 이유에서 시작됐다. 게다가 이를 거리낌 없이 외부에 말하고 다닌다. 그만큼 정치의 기본에 대한 의식이 흐릿하다는 증거다. 우선 반성하고 개혁부터 해야 표가 오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요즘은 소장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나.

“조언은 무슨…. 남경필 의원 정도와 가끔 의견을 나누고 있다. 혁신을 주장했고 그 방법도 알았지만 정작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정신과 정치적 동력이 없어 실패한 얘기 등이 (얘기) 주제다.”

남경필 의원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듣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윤 전 장관과 비슷한 주장을 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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