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전교조 교사 김형근씨 사례로 본 ‘종북 교육’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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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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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 소련 몰락했는데 北은 왜 안 망했을까
답안 -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마음이 됐기 때문”

‘1980년대 소련을 비롯하여 동유럽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줄줄이 몰락했을 때 북한은 왜 망하지 않았을까?(15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이었던 김형근 씨(51)가 2007년 전북 A고 교사로 근무할 때 1학년 학생들에게 냈던 도덕 시험 주관식 문제다.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와 비전향 장기수를 모아 이적단체 ‘통일대중당’ 결성을 추진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최근 서울중앙지검의 조사를 받았다.

그는 전북 B중 학생과 학부모 180여 명을 빨치산 추모제에 데려간 혐의(국보법 위반)로 2008년 구속되면서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1,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김 씨는 C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이적단체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전북연합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한 혐의(국보법 위반)로 1996년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는 1999년 교사가 된 뒤 2008년 전북 전주 완산갑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표를 내기도 했다.

○ 통일교육 명목으로 북한 옹호


김 씨가 9년간 도덕 과목 시간에 어떤 내용을 가르쳤는지는 시험문제와 학생들의 답안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위 문제에 대해 한 학생은 ‘북한에 한민족의 기상이 남아 있어서다. 우리가 외환위기(IMF) 때 모두 한마음으로 금 모으기 운동을 했듯 북한도 어렵지만 서로 도와가며 민족의 자부심을 갖고 생활하고 있다’고 적었다.

다른 학생들의 답안도 ‘△김일성 주석을 중심으로 한마음이 돼 있었다. 김 주석의 정치가 대단하다 △북한 사회의 단결성을 따라갈 나라가 없다 △북한 사람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정부와 지도자를 매우 신뢰한다’며 북한 체제를 옹호했다.

김 씨는 개인 블로그나 카페에 “북한을 같은 민족으로 더불어 살아야 할 하나의 소중한 정치체제로 인식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출제 의도를 설명하고 “북한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러한 교육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핵 문제도 시험에 냈다.

‘북의 핵문제라 불리는 북-미 공방은 오랜 기간 지속돼 왔다. 그래서 북의 핵문제를 단순히 누구의 어리석은 망동으로 치부하는 일방적 관점에서 볼 수 없다. 북핵 문제가 발생한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6점)’

학생들은 대부분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 ‘미국의 강경책에 의한 북한의 생존 전략’이라고 썼다. 김 씨는 “북핵 문제는 미국의 핵 위협과 더불어 (나왔다는 것을) 성찰하게 만든 내용이다. 학생들은 비교적 정확한 답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 씨는 2003년에는 이라크전쟁에 반대하는 배지를 전교생에게 달게 하고, 2004년에는 인터넷으로 북한 청소년에게 편지를 보내도록 했다. 아침과 저녁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일일이성(一日二省) 운동을 벌였다. ‘나는 우리 조국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였는가’를 외우게 하는 식이었다.

○ 통일혁명가 키우자고 권유


김 씨는 최근 당국의 조사를 받은 뒤 “민족이 분단된 나라에서 통일교육은 교육의 근본이다. 이런 점에서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을 목표로 잡은 전교조가 옳다”는 글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 이처럼 김 씨의 통일 교육은 전교조와 깊은 연관이 있다. 교육현장에서 6·15공동선언을 실천하겠다며 2005년 12월 전교조의 전북통일교사모임 전용인 인터넷 카페 ‘통일파랑새’를 개설했다. 그 다음 해에는 전교조 전북지부 통일위원장과 전북통일교사모임 사무국장을 맡았다.

‘통일파랑새’ 카페 회원은 올 2월 현재 1250명. 그는 이 카페의 정체성을 ‘자주통일 원칙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통일논의 공간’이라고 정의했다. 카페 개설의 목적은 ‘교사들이 통일혁명가를 키우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자신과 함께 통일대중당 결성을 추진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신모 씨(60)에게 2009년 보낸 e메일에서 “우리는 지금 적구(適區)에서 싸우고 있다. 통일전선을 확대해야 한다.… 주체사상의 보급 등 지는 싸움인 줄 알면서도 계속 죽으러 갔다”고 의지를 다졌다.

전교조에는 그를 적극 지지하는 교사가 적지 않다. 김 씨가 지난해 7월부터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한 전교조 퇴직교사모임 ‘향’의 인터넷 카페에 실린 아래 글이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A고 도덕 시험에서) 출제된 문제들을 훑어보니 선생님의 충심어린 내용들이 깊은 감동으로 묻어납니다. 그러나 반대 입장이나 반공적 부분도 조금이라도 다루었다면 선생님처럼 훌륭하신 분들이 문제를 야기하지 않고 오랜 시간 수많은 제자들을 조용히, 소문 없이 양산해 내지 않았을까 합니다. 의로운 일이 장기간 지속돼야 한다는 고민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교육계 관계자는 “전교조는 연방제 통일,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를 담은 수업지도안을 만들어 교사들에게 지도하도록 권장하고 청소년캠프나 통일 문예한마당 행사를 통해 반미 종북주의 사상을 전파한다”며 “이런 사상은 아직 사고의 틀이 자리 잡히지 않은 학생들에게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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