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과학기술계 인사들과 오찬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청와대를 방문한 과학기술계 인사들과 오찬을 함께하기 위해 충무실로 향하면서 본청과 정원 등에 대해 직접 설명해주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와 독대하며 “배수진(背水陣)을 치듯이 열심히 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당시 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일행과의 오찬간담회에 한미의원외교협의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정 전 대표와 1시간 10여 분 동안 단독 면담을 했다. 두 사람의 단독 면담은 지난해 11월 월드컵 유치 문제와 관련해 정 전 대표가 청와대를 방문한 이후 5개월 만에 이뤄졌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배수진’ 발언은 복합적 의미로 풀이된다. 우선 대선을 준비하는 정 전 대표 개인에 대해 일정 부분 애정을 보여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대선주자들 중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박근혜 전 대표를 이달 말 유럽특사로 파견하며 외교적 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당내 다른 주자들의 분발도 독려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정 전 대표는 세종시 문제와 동남권 신공항 등 주요 현안에서 이 대통령을 지원하며 김무성 원내대표와 더불어 당내 ‘신주류(新主流)’의 대표적 인사로 꼽히고 있다. 특히 ‘배수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재벌인 정 전 대표가 보다 치열한 권력의지를 갖고 임해야 한다는 뜻을 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또 한나라당에서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선 위기론이 퍼지는 데 대해 “결사적으로 임하면 결과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한 것이라는 풀이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향후 정국을 잘 풀어 가면 내년 총선 때 현재 한나라당 의원들이 느끼는 위기감과는 달리 괜찮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 전 대표에게 “정국현안에 대해 많은 보고를 받고 있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며 4·27 재·보궐선거와 내년 총선, 대선, 국정운영 방향 등을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쳤다고 한다. 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정국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당청 간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반도 비핵화 정책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이미 파기됐기 때문에 이에 대응해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 전 대표가 사전에 ‘미 상원의원 일행과의 오찬간담회 이후 (이 대통령과) 별도의 티타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와 이뤄진 자리”라며 “두 분 사이에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정치적 의미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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