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평가… 신공항 어디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설이 나도는 가운데 29일 신공항 입지 평가단이 신공항 후보지인 경남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일대를 방문해 전망대에서 지역을 살펴보고 설명을 듣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오후 다른 신공항 후보지 부산 가덕도를 찾은 입지 평가단이 부산시 관계자 및 부산지역 각계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밀양=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부산=연합뉴스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평가 발표를 하루 앞둔 29일 청와대 참모들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한 고위 참모는 “내일(30일) 결과가 발표되면 보자”고 했고, 다른 참모는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가 줄곧 주도한 일이라서…”라며 거리를 뒀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밀양(경남)과 가덕도(부산) 가운데 한쪽 후보지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 쪽으로 결론 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 속에 후폭풍을 염려하는 기류가 읽혔다.
한 핵심 참모는 “이명박 대통령은 동일본 대지진 참사와 일본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지도자라면 일시적인 정치적 이해보다는 국가 미래를 내다보는 어려운 결정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속내를 간간이 내비쳤다”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백지화가 현실화한다면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주민들의 반발이 아주 거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지화=현재의 김해공항 보강’으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부산지역의 반발은 그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란 관측이다.
청와대는 평가 결과 발표 이후 어느 지역이 반발하더라도 해당 지역민심을 달래기 위해 다른 국책사업 등을 지원하는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태도다. 한 관계자는 “국책사업이라는 게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하는데, 한 사업이 무산됐다고 다른 걸 준다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대증요법은 타 지역의 연쇄 반발을 불러 국가운영 자체가 어렵다는 이유지만 내심 여론 수습 방안을 골몰하는 모습이다.
한편 민주당은 ‘백지화’ 결정이 날 경우 4월 임시국회를 활용해 이명박 정부를 무책임한 정부로 몰아세운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킨 공약은 4대강 대운하사업뿐”이라며 “선거공약은 표를 받기 위해서 하는 것으로 안 지켜도 된다고 하는 것은 ‘나는 밥 먹었으니까 식당 문 닫으라’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충청권은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에 영향을 미칠까 경계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꿈속에서라도 TK(대구경북)를 달래기 위해 형님(이상득 의원 지역구인 포항)지역에 과학벨트를 분산 배치하겠다는 망국적인 발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단체장들 “꼭 우리에게”… 긴장속 비공개 실사 ▼ 입지평가단 현장 방문
동남권 신공항 입지선정 결과가 30일 오후에 나올 예정이다. 부산 대구 울산시와 경남·북 등 영남권 5개 광역단체는 정부가 △신공항 백지화 △김해공항 확장 △연기 후 재조사 등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는 “발표 시기가 31일로 미뤄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었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당초 공지한 대로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29일 밝혔다. 발표자는 입지평가위원장인 박창호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종 점수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며 “30일 입지선정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본 후 다양한 대안을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울산 경남 경북의 마지막 구애
27명으로 구성된 입지평가단은 29일 낮 12시 경남 밀양시 하남읍을 찾아 현지 실사를 벌였다. 평가단은 공항 예정지가 보이는 낙동강살리기사업 15공구 현장 전망대에서 경남도 관계자로부터 입지 설명을 들었다. 이날 실사는 취재진의 접근을 막은 채 비공개로 진행됐다.
실사가 진행된 낙동강 15공구 시공사 사무소 앞에는 김범일 대구시장, 박맹우 울산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이 나와 평가단을 맞았다. 이들 시도지사는 버스에서 내리는 평가단 전문가들에게 “잘 부탁한다”고 인사했다.
이날 평가단이 움직이는 현장 주변에는 경찰 100여 명과 국토부 직원들과 함께 온 보안요원 등이 배치돼 외부 인사가 들어오는 것을 차단했다. 현장에서는 밀양 지지 또는 반대와 관련된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정부가 1320만 영남권 주민의 숙원인 신공항을 백지화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며 “평가단도 부산과 밀양 현장을 보고 공정하게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산은 24시간 공항을 강조
입지평가단은 밀양 방문에 이어 이날 오후 4시부터 부산 가덕도를 찾았다. 가덕도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새바지 전망대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실사는 국토연구원 측의 용역결과에 대한 설명 30분, 부산시 설명 20분 등으로 진행됐다. 현장에는 부산시에서 추천한 관계자 3명 외에는 접근이 일절 금지됐다. 취재진 출입도 통제됐다. 홍보자료 등 유인물 배포도 금지됐다. 주민 반발을 우려해 경찰도 배치됐다.
현장 인근에서 입지평가단을 맞은 허남식 부산시장은 “잘 부탁한다”며 악수했다. 허 시장은 “동남권 신공항은 24시간 운항 가능한 안전한 허브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추진해 왔다”며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은 가덕도 해안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바른공항건설시민연대 박인호 공동회장은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기정사실화해 놓고 평가단을 꾸려 가덕도와 밀양을 둘러본 것은 지역 주민을 우롱하는 행위”라며 “백지화 결정이 나면 불복종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밀양=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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