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년/그 후, 지금은]<中>北다음 도발 ‘특수작전’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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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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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살포… 요인 암살… 北 특수부대 기습테러 노린다

제19대 총선거를 한 달가량 앞둔 2012년 3월 ○일 오전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는 서울과 인천 시내 주요 지하철역. 많은 시민이 갑자기 호흡 곤란과 구토 증세를 호소했다. 일부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지하철 역사의 스피커에서 “독가스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급히 대피하십시오”라는 긴급경보가 발령되자 역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공포에 질린 시민 수천 명이 비명을 지르며 일시에 출구로 몰리면서 많은 사람이 부상했다. 테러 원인을 둘러싸고 총선 정국이 소용돌이쳤다. 군과 정보당국 첩보로 볼 때 대선 정국을 노린 북한의 소행이 확실했지만 정치권에선 ‘북풍(北風)공작’ 논쟁이 일었다. 좌우 시민단체까지 격렬하게 반응했다.

다음 날 북한 특수(특작)부대원들이 역내 환기구와 화장실 천장 등에 은밀히 설치한 독가스 살포장치가 리모컨으로 작동하면서 독가스가 다량으로 퍼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 시간, 대규모 북한 특수작전 부대원들을 태운 공기부양정 70여 척이 일제히 서해 5도로 내려와 기습 점령을 시도하면서 군 당국은 비상이 걸린다.

북한의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이후 추가 도발이 특수부대에 의한 것이란 전망이 유력한 가운데 군과 정보당국 일각에서 나오는 가상 시나리오다. 국내 전문가와 군 출신 탈북자들은 앞으로 북한이 천안함 폭침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도발 같은 국지도발보다 특수부대를 활용한 대남 기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한국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 이후 서해 5도에 대북 감시·타격 전력을 증강 배치하고 강력 응징을 공언한 상황에서 승산이 없는 같은 수법의 도발을 다시 감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 군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대북 강경책이 지속되자 북한이 최근 유화 제스처를 쓰고 있지만 이게 통하지 않을 경우 다시 도발에 나설 것”이라며 “다음 도발 카드는 특수작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특수부대의 목표는 △국가 주요시설 파괴 △요인 납치 및 암살 △인구 밀집시설에서의 인명 살상 등이다. 북한 특수부대원들은 평소에 부대별, 조별, 개인별로 상부로부터 구체적인 대남 테러 목표를 부여받아 남한의 시가지나 시설을 본뜬 훈련장에서 반복 훈련을 한다고 한다.

남한의 유력 정치인과 고위 관료, 지방자치단체장, 군부인사는 물론이고 방송국과 발전소, 도시가스 공급시설 등이 주요 테러 대상이다. 이 중에서도 경비가 허술한 가스저장시설과 변전소 파괴는 도시 기능을 마비시키고 민심의 대혼란을 일으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최우선 타격 대상으로 꼽힌다고 한다.

군 정보소식통은 “이런 테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은 남한 내 친북세력을 이용하거나 인터넷 해킹으로 주요 인사의 구체적인 인적사항과 국가시설의 세부 현황을 입수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10여 년 전부터 남한을 겨냥한 각종 테러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꾸준히 증강해왔다. 실제로 북한 특수부대는 최근 4년간 8만 명이 늘어 지난해 기준으로 20만 명에 달한다. 세계 최대 규모다.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2월 초 국회 국방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군 특수부대는 천안함 폭침 같은 고도의 특수작전이나 폭탄테러 같은 임무를 전천후로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도 생전에 “북한 특수부대는 핵무기보다 위협적이다. 100만 명을 목표로 육해공군 모두 특수부대를 양성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군 특수부대는 육군 특수전사령부 1만여 명과 해군 특수부대(UDT/SEAL), 공군 공정통제사, 해병 특수수색대 등 2만여 명 수준이다. 남북 특수부대의 성격이나 편성이 달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의 특수부대 전력은 북한군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 특수부대원들은 휴대용 독가스 살포장치와 탄약 200발, 수류탄 4개, 단도, 소총, 지도, 나침반 등을 휴대한다고 한다. 특히 주요 시설 파괴 임무를 맡은 특수조는 3, 4명으로 구성되며 조마다 조준경이 달린 소형 로켓포로 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부대 출신의 한 탈북자는 “휴대용 독가스 살포장치는 가로 세로 각각 40cm 크기로 지하철역 등 바람이 없는 실내구역에 살포할 경우 최대 5000∼1만 명을 살상할 수 있다”며 “서울 10곳에서 이런 장치가 동시에 살포되면 엄청난 공황상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특수부대원들은 휴전선 인근의 땅굴이나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AN-2 저공 침투기, 공기부양정이나 잠수함 등을 이용해 육해공으로 은밀하게 침투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오래전부터 대거 입수해 온 한국군 복장과 장비로 특수부대원을 무장시켜 침투시킨 뒤 피아(彼我)를 구분할 수 없게 하는 대규모 후방 교란작전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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