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3년 평가]한미동맹 “더 좋을 순 없다”… 人事난맥 “더 나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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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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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관계 정상화 통한 北개방-비핵화 2.9점 ‘보통이하’

통일 외교 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주로 외교 분야에서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과거 10년 동안 잘못된 한미동맹을 복원하겠다고 한 대통령의 약속이 잘 지켜졌느냐’는 질문에는 5점 만점에 4.3점, ‘글로벌 외교를 잘 진행했느냐’는 질문에는 3.9점을 줬다. 보통 수준(3점)을 훨씬 웃돈 후한 평가다.

그러나 ‘남한이 주도하는, 제대로 된 남북관계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개방을 이끌겠다는 약속이 잘 지켜졌느냐’는 질문에 대한 평가는 2.9점으로 보통 수준을 밑돌았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체면을 구긴 국방 분야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았다. ‘국방개혁을 통한 튼튼한 국가안보’와 ‘안보위기 상황에서의 리더십’ 항목에서 모두 2.5점을 받는 데 그쳤다.

○ “한미관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3년 동안 ‘글로벌 코리아’의 기치 아래 동북아 등 지역적 차원에 머무르던 한국 외교의 영역을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한 것은 가장 큰 성과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성숙한 세계국가’를 모토로 한 글로벌 외교는 지난해 11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로 정점에 올랐다는 평가다.

한미 양국은 북핵 문제 등 각종 국제 현안에서 한목소리를 내며 ‘찰떡 공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양국 의회 비준만 남겨놓고 있다. 당국자들 사이에선 현재의 한미관계에 대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 악화된 남북관계엔 낮은 점수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 때문에 북한이 주도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남북관계가 심화됐다는 인식을 갖고 출범했다. 정부는 ‘비핵·개방 3000 정책’과 상생·공영의 대북정책을 표방하며 북한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3대 세습을 위해 핵개발과 대외적 고립을 선택하며 정반대의 길로 갔고 남북관계는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북한은 도발과 대화 공세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며 한국 정부를 흔들고 있다.

○ 천안함 연평도 사건으로 국방은 낙제점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잇달아 터진 북한의 무력도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국방력의 결함을 드러냈다. 특히 6·25전쟁 후 처음으로 대한민국 본토가 공격당한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엔 적의 공격에 2, 3배로 대응한다는 교전수칙을 지키지 못한 데다 북한의 포기지를 타격하기 위해 F-16K 전투기를 출격시키고도 공격하지 않아 ‘소극적 대응’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두 차례 도발을 당한 뼈아픈 경험을 교훈삼아 국방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하고 싶은 말만 해”… 국민-여야와 소통 1.8점 ‘낙제’ ▼

정치 분야 전문가들은 소통노력, 인재등용, 사회통합, 친서민 정책과 공정사회 추진, 청와대의 국정 컨트롤타워 기능 등 5개 항목에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전체 평균은 1.98점에 그쳤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대못’을 뽑는 것 외에는 어떤 적극적인 개혁정책도 내놓지 않았다는 점에서 집권의 철학과 준비가 부족했다”는 총론성 평가를 내놓았다.

상대적으로 나은 평가를 받은 분야는 친서민 중도실용과 공정한 사회라는 양대 국정 어젠다의 추진이었다. 그나마 2.5점으로 ‘보통’과 ‘잘못했다’의 중간에 해당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서민금융 지원, 학자금 대출 등 친서민 중도실용 기조에 따른 정책은 효과가 있었다. 아직 세부적인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았지만 공정한 사회를 국정 비전으로 제시한 것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시장을 몇 번 방문한다고 친서민적인 것은 아니다. 공정한 사회는 공정한 기회에서 나오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인재를 널리 등용해 적재적소에 배치했느냐’는 물음에는 1.7점을 매겼다. 정치 경제 사회 등 7개 분야 40개 평가항목 가운데 최하점이다. 장훈 중앙대 교수는 “임기 초부터 재산 형성 등에서 민심과 거리가 있는 인사로 홍역을 치르고 국민을 실망시켰지만 3년 동안 크게 개선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5명 가운데 ‘보통’이라고 답한 전문가가 2명(김호기 연세대 교수, 임혁백 고려대 교수)에 그칠 정도로 비판 일색이었다.

세종시 수정 추진, 대선 공약이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및 동남권 신공항 추진, 구제역 대응 등 굵직한 현안을 놓고 청와대가 국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했느냐는 질문에도 2.0점으로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 남궁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좋은 편”이라면서도 “주변 참모들이 편향되고 유연성이 떨어지는 이들로 짜이면서 통치철학을 국정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과 여야 정치권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소통하려는 노력을 잘해 왔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전문가들은 1.8점의 낮은 점수를 매겼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라디오 연설을 빠지지 않고 하는 등 소통 노력이 없진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데 주력했다”고 지적했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대통령이 가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민정책을 폈지만 큰 틀에서 서민정책의 원칙은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역 계층 세대 이념 갈등 해소 및 국민통합 노력에 대해서도 1.9점이 매겨졌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적극적인 소통으로 국민 통합을 시도해야 한다. 적절한 인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해법을 ‘좋은 인사’에서 찾았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전문가 제언 “개헌보다 소통-통합 정치 펼쳐야” ▼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을 포함해 주변 4강(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이 모두 정권 교체기를 맞는 2012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향후 2년간 북한의 권력 이양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새로운 남북관계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분야 전문가들은 소통 강화와 국민통합에 주력할 것을 강조했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지난 3년간은 국민통합 실패와 양극화 심화, 편파적 인사, 개혁성향의 부재(不在)로 요약된다”며 “진정한 공정사회 지향과 권력의 위임, 서민정책 중시, 대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개헌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의제를 제기하기보다는 대통령이 갖고 있는 기득권을 포기하는 ‘버림의 정치’를 통해 국민통합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키플레이어 ::
현인택 통일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 3000’을 입안하고 실행해 온 핵심참모다. 2009년 2월 취임 이래 권력교체기를 맞은 북한의 무력 도발과 대화 공세에 시달렸지만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통해 ‘제대로 된 남북관계’를 만들겠다는 기조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통일 대비’에 주력하면서 북한을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場)으로 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키플레이어 ::
이재오 특임장관


이재오 특임장관은 정권 창출의 ‘특등 공신’으로 2008년 18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한 권력의 핵심이었지만 정작 자신은 낙선했다. 미국으로 떠나 절치부심하던 그는 국민권익위원장을 거쳐 지난해 7·28 재선거를 통해 원내에 입성하면서 다시 정치의 중심에 섰다. 특임장관 취임 이래 ‘개헌 전도사’를 자임하며 친이(친이명박)계 결집에 나섰으나 정치권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30명 (가나다순) ::


◇정치=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민전 경희대 학부대학 교수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남궁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치행정학부 교수 박찬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장훈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외교안보=권태영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자문위원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남궁영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이정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최대석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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