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폭되는 금미호 석방 미스테리…‘석방금 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3일 22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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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가 123일 만에 풀려난 금미305호 석방과 협상 과정을 두고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김대근 선장(55)과 김용현 기관장(68)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협상 과정을 알고 있는 케냐 현지 선박 대리점 김종규 사장(58)은 협상과 석방 경위를 명쾌하게 알리자 않았다. 외교통상부도 "(정부의) 역할이 있었으나 알려줄 수는 없다"는 애매한 입장만 취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협상 과정에서 해적과 어떤 거래가 오갔냐는 것. 해적들은 지난해 10월 금미305호를 납치한 뒤 몸값으로 600만 달러를 불렀다가 점점 액수를 낮췄다. 김 사장은 "올 1월 10일경 해적과 협상 때 해적들은 60만 달러까지 몸값을 낮췄다"며 "정부에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한 것을 거절당하면서 이 마저도 주지 못하겠다고 하자 해적들이 조건 없이 석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적들은 건강이 대체적으로 좋은 것으로 확인된 김 기관장이 말라리아를 앓고 있다는 말까지 흘리면서 협상을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려고 시도했다. 241t급 어선이지만 해적들이 돈이 되는 어선 자체를 고스란히 돌려준 것도 이상한 점이다. 금미호 시세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2억 원가량 하는 닻(앵커) 정도만 떼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사 관계자는 "선원들을 그냥 풀려줬다고 치더라도 오로지 돈만 밝히는 해적들이 금미호도 같이 보낸 것은 정말 이상하다"고 말했다. 해적들이 조건과 이유 없이 금미호를 석방했다는 데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해적들의 180도 달라진 행동 때문.

몸값 지불이 전혀 없었다던 김 사장의 주장도 불신을 가져주고 있다. 금미호는 이달 1월 해적에게 납치됐다 조건 없이 석방된 것으로 알려진 대만 선박 타이유안227호에 이어 두 번째 무보상 석방 사례. 하지만 김 사장은 금미호가 석방된 9일 동아일보와 국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석방금을) 주긴 줬다"고 말했다가 다음날 이를 갑자기 번복했다. 테러, 협상 전문가들도 120여 일간 40여 명을 억류한 해적들이 아무 조건 없이 인질을 풀어주는 것은 상식 밖 행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은 "해적들이 최소한 선원들을 먹여 살리는 억류기간에 밥값이라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우리 쪽에서 먼저 협상을 제안할 때는 이슬람 종교단체나 소말리아 내 세력가를 통해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소말리아 세력가'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김 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말리아 유명 사업가들을 통해 협상을 했다"고만 설명했을 뿐이다. 이 사업가와 해적들 간 관계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외교통상부의 역할과 정보력의 범위가 어디인지를 두고도 뒷말도 많다. 외교부는 금미호가 석방됐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뒤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발표했다. 몇 시간이 지나서야 "금미호가 석방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부 당국이 언론보다 정보를 늦게 입수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외교부가 "정부 당국의 역할이 분명히 있었다"고 밝힌 반면 김 사장은 "외교부는 하나도 도와준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 측은 서로를 강하게 불신하는 분위기다 . 정부 당국자는 "(김 사장은) 불투명하고 복잡한 사람"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사장도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아무런 도움이 못 됐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정부와 케냐 현지에서 협상을 주도한 교포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로 금미호 석방을 둘러싸고 이래저래 의혹만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부산=윤희각기자 toto@donga.com
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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