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여자 ROTC 훈련장을 가다

  • 동아일보



(신광영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월 24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사 상 첫 여성 ROTC 후보생들이 군사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넘은 여대생들인데 훈련은 잘 받고 있을까요? 사회부 신민기 기자가 하루 동안 함께 훈련을 받고 왔습니다. 신 기자, 날씨가 많이 추웠을 텐데 훈련은 받을 만 했습니까?

(신민기 기자) 훈련을 받은 지 닷새가 지났지만 아직도 팔이 뻐근할 정도입니다. 경기 성남시에 있는 학생중앙군사학교에서는 고려대, 숙명여대, 충남대 등 전국 7개 대학 출신의 국내 첫 여성 ROTC 후보생들이 훈련에 한창이었습니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기록했던 19일에는 총검술 훈련이 있었습니다. 난생 처음 들어본 K2소총의 무게는 대검을 포함해 3.5㎏이 넘었습니다. 가만히 10초만 들고 있어도 팔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힘들다고 총을 내려놓거나 훈련을 게을리 하는 후보생들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처음 해봐서인지 재미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교관의 가르침에도 눈을 반짝이며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신 앵커) 그래도 학교생활만 하다가 군사 훈련을 받으려면 좀 버거울 거 같은데요. 아무래도 훈련 강도 면에서 남녀 후보생들 간에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신 기자) 모든 훈련은 남녀 후보생들에 동일하게 이뤄집니다. 여자 후보생들만 따로 모여 훈련을 받지 않고 소대별로 나뉘어 남자 후보생들과 똑같이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오전 6시 기상과 함께 시작되는 맨손체조와 5㎞ 구보, 타이어 끌기까지 여자 후보생들도 얇은 티셔츠 한 장만 입고 해냅니다. 훈련 마지막에 하게 될 30㎞ 완전군장 행군까지 3주간 남자 후보생들과 같은 조건에서 기초 군사 훈련을 받게 됩니다. 열심히 체력 관리를 하다보니 2분간 윗몸일으키기 120회, 팔굽혀펴기 70회를 거뜬히 해내는 여자 후보생도 있습니다. 남자 동료들도 놀라는 기록입니다. 교관이 여자 후보생들을 챙긴다고 얼차려를 줄 때 봐주기라도 하면 "똑같이 대해 달라"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합니다. 이렇게 여자 후보생들이 힘든 훈련을 꿋꿋이 견뎌내는 걸 보며 남자 후보생들도 더 힘을 냅니다.

(신 앵커) 그렇군요. 군대 특유의 남성적인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쉽진 않을 거 같은데 훈련에 임하는 태도는 어땠습니까?

(신 기자) 나중에 소대장이 돼 소대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훈련을 받을 때도 무작정 시키는 대로 하기보다는 스스로 배우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자 후보생들끼리 지내는 생활관 안에서도 누가 지켜보는 것도 아닌데 '정숙하자'거나 '태도를 바르게 하자'며 자세를 고쳤습니다. 서술어를 '다', '나', '까'로 끝내는 군대식 말투를 어기거나 '얘들아'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면 누가 지적하지 않아도 스스로 '용어 사용을 똑바로 하자'고 복창하며 팔굽혀펴기를 10번씩 합니다. 수동적으로 누가 혼내기를 기다리기보다 알아서 배우고 고쳐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교관들의 지시에는 '왜 이런 지시를 내리는지'를 한 번 더 고민하는 습관도 생겼다고 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장교가 되면 자신이 소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날 오후에는 영외훈련장에서 경계 훈련이 있었습니다. 작은 체구의 여자 후보생들도 5㎏짜리 모래주머니를 포함해 무게 15㎏의 완전군장을 둘러매고 훈련소를 나섰습니다. 소대장이 되면 행군을 갈 때에도 제일 앞장 서야 하고 다친 소대원이 있으면 그 몫까지 대신 들어줘야 한다며 자기 몸만큼 큰 군장을 번쩍 지고 가는 여자 후보생들의 모습에서 당찬 대한민국 첫 여성 ROTC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신 앵커) 신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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