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12·31인사’에선 다각도의 친위체제 구축으로 집권 4년차 새해를 맞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세밑에 일괄적으로 인사를 단행한 것은 평소 “2011년은 큰 선거가 없고 정부가 국정에 매진할 수 있는 중요한 1년”이라고 강조해 온 만큼 집권 4년차 국정 장악력을 키우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① 다층적 친위체제 구축
청와대는 그동안 ‘국면전환용’ 개각은 없다고 말해 왔다. 실제 장관급 이상의 경우 공석인 감사원장과 국민권익위원장, 이미 8·8개각 때 경질을 공식화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지식경제부 장관,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과 금융위원장 등 6명으로 규모만 놓고 보면 빈 구멍 메우기 식의 ‘소폭’에 가깝다.
그러나 기존 진용을 포함한 전체 그림을 찬찬히 뜯어보면 다층적인 친위체제 구축의 색채가 짙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② 정동기 박형준 이동관의 복귀
우선 청와대 2기 참모진 3명의 복귀가 눈에 띈다.
감사원장에 내정된 정동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그동안 유력한 감사원장 후보로 거론돼 왔지만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 파동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파문과 관련한 지휘선상의 책임 문제 등이 막판 걸림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며 보여준 충성심과 추진력을 평가 받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로 제시한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기에 적임자라는 판단을 했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정 내정자는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홍상표 수석 개각 발표 홍상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3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개각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6·2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7월 청와대 참모진 개편 때 물러났던 박형준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이동관 홍보수석비서관은 각각 ‘상근’ 대통령사회특보와 언론특보로 5개월여 만에 귀환했다.
두 사람은 청와대 재임 시절 이 대통령의 ‘머리’와 ‘입’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의 임기 끝까지 함께 갈 것이라는 의미에서 박재완 전 국정기획수석비서관(현 노동부 장관)과 함께 ‘순장(殉葬)조’로 불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두 사람이 물러난 뒤에도 간혹 만나 국정운영에 대한 조언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회특보는 이재오 특임장관, 임태희 대통령실장, 정진석 정무수석비서관 등의 정무 역할과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정무특보’ 대신 ‘사회특보’로 가닥이 잡혔다. 정치인들을 자주 접촉하며 정무적으로 이 대통령을 보좌하기보다는 사회 현안 전반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박 특보는 “한국 사회를 위한 중장기 과제를 맡을 것이다. 남은 임기 2년의 과제도 대상이지만 긴 안목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이 대통령에게 향후 10년 한국이 가야 할 길에 대해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던 이 언론특보는 미디어 환경 변화와 관련된 보좌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이 특보와 현 참모진이 ‘팀워크’를 잘 유지할지는 주목되는 포인트다. 이들의 복귀를 놓고 청와대 일각에선 ‘견제론’이 적지 않게 나왔던 터이기 때문이다. 이 특보는 “일 중심으로 생각하겠다. 기존의 청와대 참모진과 호흡을 맞추고 대통령에게 좋은 조언을 해 드리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6·2지방선거 때 전남도지사에 출마해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고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정두언 최고위원과 각을 세우기도 했던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의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기용은 충성심에 대한 보상, 호남 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③ 청와대 참모진의 내각 대폭 포진
이미 내각엔 정무수석과 정무특보를 지낸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국정기획수석을 지낸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있다. 여기에 최중경 경제수석이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입각하게 된다.
이처럼 친정 체제를 구축한 것은 혹시라도 조기에 닥칠 레임덕에 대한 ‘방어선’ 구축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대선 싱크탱크를 발족하는 등 대선 레이스가 불붙을 조짐을 보이는 상황인 만큼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측근들을 청와대와 내각에 겹겹이 포진시켜 국정을 장악하는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④ 전문성 고려 인재 발굴도 눈에 띄어
청와대는 이번 인사의 최우선적 고려사항은 ‘전문성’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석동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아주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며 “지난 정부 마지막에 재정경제부 1차관으로 재직한 점 때문에 개각 때 후보에 올랐다가 빠지곤 했지만 그런 것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대법관 시절 소수 의견을 많이 낸 것으로 알려진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 내정자의 경우도 5일 동안 삼고초려를 한 끝에 간신히 수락을 받았다고 한다. 현역 의원으로 유일하게 입각하게 된 정병국 문화부 장관 내정자도 3선을 하는 동안 내리 이 분야 상임위만 맡아 전문성을 키웠다고 청와대는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시작한 일부 ‘장수 장관’ 부처의 개각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왔으나 이번엔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내년 취임 3주년 무렵에 맞춰 추가 개각이 단행될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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