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굶주린 ‘꽃제비’ 다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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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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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로 식량생산 줄고 화폐개혁에 값 폭등… 고위층은 식량사재기 급급

“토끼풀 먹는다” 北 꽃제비 여성 끝내 숨진 것으로 확인된 북한의 20대 꽃제비 여성. 당시 이 여인은 "부모는 굶어죽었고 토끼풀을 뜯어 먹으며 밖에서 잔다"고 말했다. 사진출처=KBS 화면 캡처
“토끼풀 먹는다” 北 꽃제비 여성 끝내 숨진 것으로 확인된 북한의 20대 꽃제비 여성. 당시 이 여인은 "부모는 굶어죽었고 토끼풀을 뜯어 먹으며 밖에서 잔다"고 말했다. 사진출처=KBS 화면 캡처
식량난에 강추위가 겹치면서 연말을 맞은 북한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토끼풀을 먹는다”는 증언으로 충격을 줬던 20대 ‘꽃제비’(노숙인) 여성이 최근 굶어죽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거리를 방황하는 꽃제비가 늘고 있으며 북한 상류층들은 ‘식량 사재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인권단체 ‘좋은벗들’은 30일 북한 주민들의 증언을 인용해 “도시로 몰려드는 꽃제비가 늘자 시군 인민위원회(시청과 군청)가 ‘꽃제비 단속 상무조’를 다시 조직해 단속에 나섰다”며 “붙잡힌 꽃제비들은 보호자가 있으면 해당 보안서(경찰서)에 이관해주고, 없으면 구제소에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농장에 있으면 식량을 배분받지 못하고 장사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주민들이 무작정 떠나고 있다”면서 “수도 평양에서조차 식량 배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얼어 죽거나 굶어죽는 사람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식량난은 만성적인 현상이지만 특히 올해는 수해나 냉해 등으로 식량 생산량이 줄었고 화폐개혁 실패 이후 식량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 먹을거리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데다 최근 강추위까지 찾아와 ‘3각 파도’가 겹친 것이다.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올해는 여름철 수해에 이어 곡식이 익는 시기에 비가 자주 오면서 북한의 곡식생산량이 400만 t을 넘지 못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북한에 필요한 곡식이 연간 530만 t인 점을 감안하면 130만 t 이상 모자라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측은 10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대가로 쌀 50만 t, 비료 30만 t을 달라고 남측에 요청했다 거부당한 바 있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 단행된 화폐개혁의 실패로 시장 물가가 폭등하면서 지난해 말 1kg에 20원하던 쌀값이 1200∼1300원으로 치솟아 주민들이 시장에서 쌀을 사 먹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그러나 주로 평양에 사는 노동당 간부들이나 부유층은 쌀값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식량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고 대북 인터넷매체 데일리NK가 30일 전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동영상=50초로 보는 남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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