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힘… 복지법안 공청회 여야의원 70여명 참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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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까지 인파 몰려… 대선 출정식 방불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0일 ‘복지’의 깃발을 들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들어갔다.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 공청회가 첫 마당이었다. 박 전 대표가 자신이 발의한 법안의 공청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앞으로 안보 경제 분야 등 다양한 정책 이슈에 대한 ‘박근혜식’ 해법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 야권 이슈 선점 나서


박 전 대표가 이날 공청회에서 공개한 ‘박근혜표’ 복지 구상은 그동안 여야가 벌여온 복지 공방의 절충안에 가깝다. 6·2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야당은 모두가 골고루 혜택을 보는 ‘보편적 복지’를, 여당은 저소득층에 복지정책을 집중하는 ‘선별적 복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맞춤형 복지’라는 개념으로 양쪽 주장을 일정 부분 받아들이면서 업그레이드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현금을 지급하는 전통적 사회보장제도에서 벗어나 출산에서 노후생활까지 생애주기별로 소득보장 대신 생활보장 중심의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겠다는 게 박 전 대표의 구상이다.

박 전 대표는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논쟁이 많은데 이분법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둘이 함께 가야 한다”며 “전 국민에게 각자 평생의 단계마다 필요한 ‘맞춤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복지 구상을 설계해온 성균관대 안종범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소득보장 중심의 복지모형을 만든 유럽의 선진국들도 재원 부담이 커지자 사회서비스 제공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며 “박 전 대표의 복지 구상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한국형 복지’ 모형”이라고 소개했다.

○ 대선출정식 방불

이날 공청회에는 박희태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를 비롯해 여야 의원 70여 명이 참석했다. 민주당에서는 이용섭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280석의 좌석이 꽉 차는 등 400여 명이 몰려 복도까지 인파가 줄을 이어 대선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박희태 의장은 축사에서 “유력한 미래권력인 박 전 대표가 오늘 한국형 복지의 기수로 취임하는 날”이라며 “박 전 대표가 복지의 ‘창시자’는 아니더라도 복지의 ‘중시조’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안상수 대표도 축사에서 “복지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신념을 담아 열과 성을 다해 만든 자리인 만큼 우리나라가 복지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데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대선 행보에 대한 견제와 반격

박 전 대표는 성균관대 안 교수를 비롯해 서울대 최성재 안상훈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2년에 걸친 준비 끝에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을 내놓았다. 박 전 대표가 일찌감치 대선주자로서 비전 제시에 나서자 야권은 긴장하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최근 “유신 관계자들은 역사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한다” “한국형 민주주의가 유신독재로 나타났는데 박근혜표 복지는 무엇으로 나타날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며 박 전 대표에게 연일 직격탄을 날린 것도 ‘견제용’이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 측의 반격도 시작됐다. 친박(친박근혜)계인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20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원내대표가 참 싸가지 없게 표현을 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주 의원은 “박 원내대표는 정치적 비리로 구속까지 됐다가 사면 복권돼서 국회에 와 있는데 과거 구태 정치를 했던 사람의 입에선 그 정도의 말밖에 나오지 못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받아쳤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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