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누락’ 얼굴 붉힌 黨-政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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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우리가 바보냐”… 윤증현 “黨도 원칙 지켜야”

“우리가 무슨 바보냐? 당신만 예산권 있나?”(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재정 원칙을 당도 지켜주길 바란다.”(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안 대표와 윤 장관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당 대표실에선 두 사람의 고성이 흘러나왔다. 안 대표는 이날 윤 장관을 불러 템플스테이 증액 예산 등 당이 추진하는 핵심 예산이 빠진 경위를 따지고 사과를 받을 계획이었지만 당정 수뇌부의 난맥상만 고스란히 드러냈다.

윤 장관이 안 대표의 발언에 정부의 경제논리를 설명하며 조목조목 반박하자 안 대표는 “당신만 똑똑하나. 애들 보육비 좀 주려고 당 대표가 약속했는데 하나도 반영이 안 됐다”고 역정을 냈다. 또 안 대표가 “당신들만 (재정을) 걱정하나”라고 고성을 지른 것도 대표실 밖으로 들렸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이날 면담은 50분이나 계속됐다. 당초 당 관계자들은 윤 장관이 면담 후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윤 장관은 면담 후 곧바로 돌아갔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이 브리핑을 했지만 윤 장관이 ‘사과’는 물론이고 ‘유감’을 표명했다는 언급은 아예 없었다. 이를 놓고 윤 장관이 당에 할 말을 다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앞서 윤 장관은 면담 직전에 기자들이 “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예산 문제가 일어난 게 아니냐”고 묻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재정의 역할은 경기회복 지원과 재정건전성 유지”라며 “예산과 재정이 지켜야 할 기준과 원칙을 당도 존중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고, 야당의 추가경정예산 긴급편성 요구에 대해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안 대표와 윤 장관은 나이(1946년생)와 출신지(경남 마산)가 같다. 안 대표가 윤 장관의 서울대 법대 1년 선배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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