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국제심포지엄 결산]환율문제 초미관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일 03시 00분


각국 이해 엇갈려 난항 예상… 주요 의제 조율 걸림돌 우려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최근 국제적으로 핫이슈가 된 환율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이어 국제기구 수장과 개발도상국 정상이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데다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도 환율문제 논의에 대해 긍정적인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전쟁이 전 세계 경기 하강을 초래할 수 있다”며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브라질 엔히크 메이렐리스 중앙은행 총재도 “일부 국가가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율은 이젠 미국과 중국의 문제가 아니라 상당수 G20 국가들이 공감하는 이슈가 돼 버린 것.

한국 정부도 환율문제 논의에 대한 준비에 들어갔다. 사공 위원장은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밀레니엄 광장에서 열린 G20 관련 행사를 끝낸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환율문제는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것이다. 별도 의제로 정하지 않고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프레임워크’ 논의 과정에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G20 정상회의 내 환율 논의에 대한 한국의 자세가 며칠 사이에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논의할 수 있지만 특정 국가의 환율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2, 23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환율 원칙에 대한 대략적 틀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G20 준비위 관계자는 “환율이 시장의 기초체력을 반영하고 유동적이어야 한다는 원칙론적인 내용에서 더 나아갈 것”이라며 “중국이 얼마만큼 동의해 주는지에 따라 그 수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와 재무장관 회의는 20개국의 만장일치로 운영되기 때문에 한 국가라도 강하게 반대하면 성명서에 관련 문구를 담지 못한다.

한편 환율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는 큰 짐을 하나 떠맡게 됐다. 정상들의 이목이 환율에 쏠리면서 한국이 준비해온 주요 의제를 조율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성과 없는 서울정상회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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