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막오른 김정은 시대]없던 자리까지 만들어… 명실상부 2인자로

기타 입력 2010-09-30 03:00수정 2010-09-30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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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黨-軍 동시장악 길 열어줘
크게보기김정일, 黨대표자회 주재 28일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가운데)이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주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회의 장소를 밝히지 않고 회의 다음 날인 29일 이 사진을 공개했다. 앞줄 왼쪽부터 정치국의 양형섭 최태복 전병호 김영남 김정일 최영림 김영춘 이영호 김정각(후보위원) 위원. 뒷 줄 왼쪽부터는 김영일(후보위원) 김기남 김국태 장성택(후보위원) 홍석형 이용무 주규창(후보위원) 위원.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8일 열린 노동당 대표자회와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당 조직을 정비해 사회주의 특유의 ‘집단지도체제’를 회복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김정일 독재체제의 구축 과정에서 비서국과 전문부서 등을 제외하곤 기능이 정지됐던 노동당 중앙위원회는 이번 당 대표자회를 계기로 실질적인 인적 충원이 이뤄졌다.

당 중앙위원은 66명에서 124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당의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정치기구인 정치국 인원이 10명에서 37명으로 27명 늘었다. 당의 정책을 실행하는 비서국 비서도 김정일 총비서를 포함해 5명에서 11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이론적으론 당이 민주집중제(하부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지도부가 정책을 결정하고 이 결정을 국가 전체가 따르는 원리)의 원칙에 따라 국가의 중요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집단지도체제를 부활할 수 있는 인적 조직기반이 갖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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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면에서 중요한 변화는 1982년 이후 당 중앙위와 병렬적인 기관으로 여겨졌던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당 중앙위 산하 기관으로 한 등급 격하된 것이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데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체제보위기구에서 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실세 측근이 16명이나 포진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권한이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당 중앙위원과 함께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됨으로써 당을 통해 후계구도를 확립하고 동시에 군을 지휘할 수 있는 길도 얻게 됐다. 대북 소식통은 “단계적으로 권력승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당초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비서국 비서에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을 깬 것은 ‘선배들에 대한 예의’를 표하면서 동시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사실상 정치국 상무위원에 해당하는 위상을 가진 데다 당 중앙위 조직비서 대행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며 “김정은은 1980년 6차 당 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가진 정도의 공식적 위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 김정은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자리를 통해 아버지의 선군(先軍)영도체제를 계승하면서 당을 통해 군을 장악한 뒤 기회를 살펴 바로 총비서로 오르는 직선 코스를 택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 이번 인사로 김 위원장의 권한은 실질적으로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김 위원장은 당 총비서, 중앙군사위원장, 정치국 상무위원 등 기존에 갖고 있던 직책을 그대로 유지했다. 국방위원장, 인민군 최고사령관 직책도 계속 보유했다.

그러나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은 “당이 권력을 회복하고 김정은과 그의 측근이 부상하면서 김 위원장의 권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라며 “당 중앙군사위가 군 관련 정책결정 권한을 회복하면 국방위원회도 자연스럽게 힘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소식통은 “만약 김 위원장(인민군 원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인민군 대장인 김정은이 원수 또는 차수에 올라 중앙군사위원장을 대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이번 인사는 김 위원장이 곧 쓰러질 것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후계체제’가 아닌 ‘대기체제’라고 불러야 한다”고 풀이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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