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부럽다, ‘맞춤형 특채’… 영어성적 제출 다음날 마감

동아일보 입력 2010-09-07 17:00수정 2010-09-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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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제균 앵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이 외교부 전문계약직에 특별채용되는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특혜를 준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파장은 외교부 채용 실태를 둘러싼 논란, 행정고시와 외무고시 폐지에 대한 반대여론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구 가인 앵커) 외교부는 채용 과정이 공정했다고 해명해 왔습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의 인사감사 결과는 외교부의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외교통상부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윤완준 기자.(네, 외교붑니다.) 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죠?

(윤 완준 기자) 네, 행정안전부의 특별 인사 감사 결과 유 씨의 특별채용 과정은 장관 딸만을 위한 맞춤형 특채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특히 유 씨의 채용 과정에서 장관 딸인지 몰랐다는 외교부의 해명이 거짓이었음이 확인됐습니다. 행안부의 조사 결과 외교부 인사기획관이 사전에 유 씨의 신원을 파악하고 공무원법을 어기면서까지 서류 및 면접시험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사실 해당 인사기획관은 지난 3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장관 딸이라는 사실은 사전에 알았다"고 시인한 바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는 채용 과정에서 면접관들이 응시자의 신원을 알 수 없다는 해명을 되풀이한 바 있습니다.

외교부는 문제의 자유무역협정, 즉 FTA 통상 전문계약직의 자격 요건이 '박사학위 취득자 또는 석사학위 취득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력자'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똑같은 분야와 직급의 채용에서는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 및 박사학위 취득자'로 제한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행안부는 이에 대해 통상과 관련한 분쟁을 다루는 해당 직무와 업부 유관성이 높은 변호사가 요건에서 배제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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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과정이 공정했다는 외교부의 해명도 거짓으로 드러났는데요. 외부 면접관 3명이 차점자에게 높은 점수를 준 반면 외교부 면접관 2명이 유 씨에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고 차점자에게 낮은 점수를 준 결과 유 씨가 합격했습니다. 외교부 면접관 중 1명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외부 면접관이 외교부 면접관보다 더 많기 때문에 결과에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이런 해명도 결국 거짓임이 드러난 셈입니다.

(박 앵커) 외교부는 유 씨 채용과정에서 한차례의 채용공고를 무효화하는 등 한달 반 시간을 끌었는데요. 유 장관이 채용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죠?

(윤 기자) 네, 유 씨는 7월 첫 번째 채용에서 어학, 즉 텝스 성적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유 씨는 7월 20일과 8월 10일 2차례에 걸쳐 텝스 성적을 취득했는데요. 8월의 텝스 정적이 7월 성적보다 56점이 좋았고 외교부는 8월 성적을 채용 과정에 반영했습니다. 두 번째 채용의 마감일은 공교롭게도 유 씨가 텝스 성적을 취득한 바로 다음날이었습니다. 유 씨의 텝스 취득 일자를 외교부가 파악하고 있지 않는 한 이렇게 절묘하게 일정을 조정하기 어렵다는 의혹이 많습니다. 애초 변호사 자격증이나 박사학위자의 자격 요건을 석사학위 후 2년간 관련분야 경험자로 바꾼 것도 과거 외교부에서 3년간 근무한 석사학위자인 유 씨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실제로 유 장관은 3일 오전 외교부로 출근하며 외교부 인사 라인에서 보고를 받았음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유 장관은 7월 28일 재보선을 앞두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보 성향의 젊은이들을 빗대 '북한이 좋으면 북한에 가서 살라'는 취지의 격한 발언을 해 구설에 휩싸이는 등 재직 중 유독 많은 설화를 일으켰습니다. 장수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유 장관의 출신 학교인 서울고와 서울대 동문들이 요직을 독차지해 외교부 내부에서 불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현직 장관의 자녀가 외교부에 특별채용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에서 유 장관의 윤리의식 부재가 사태의 첫 번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구 앵커) 외교부는 유독 전현직 고위 간부의 자녀들이 많이 진출해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많았죠?

(윤 기자) 네, 외교부는 1997~2003년 외무고시의 시험과목을 대폭 줄여 외국에서 초등학교 이상의 정규과정을 6년 이상 이수한 사람만 응시할 수 있는 외무고시 2부 제도를 시행했는데요. 이 제도를 통해 합격한 외교관의 41%가 외교관 2세여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2004년 외무고시 2부는 폐지됐지만 이후 시행된 영어능통자 전형 덕분에 2세 외교관의 진출이 늘었습니다. 많은 2세 외교관들이 외교부의 꽃이라 불리는 북미국, 주미대사관, 유엔대표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외교부 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2세 외교관의 4분의 1이 북미국에 배치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2세 외교관을 '태자당'이라 부르며 비아냥대는 목소리도 외교부 내부에 있습니다.

(박 앵커) 이번 일을 계기로 행정고시와 외무고시 폐지에 대한 반대여론이 많아지고 있죠? 외교부가 추진 중인 외교아카데미의 존폐 여부도 관심사인데요.

(윤 기자) 네, 한나라당은 민간 전문가를 50%까지 특별채용하려는 행정고시 개편안을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특채비율을 감축하고 행정안전부가 전 부처 특별채용을 일괄 관리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나라당은 이 제도의 도입 시기를 늦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반면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큰 원칙에서는 정부의 개편안 그대로 가는 게 옳다"고 말했습니다. 행정고시로 합격한 사람만 채용되면 공무원 사회가 경직되고 편협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2012 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외교아카데미는 외무고시를 폐지하는 대신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으로 선발한 60명을 1년 과정의 교육을 거치게 하고 이 중 성적이 우수한 50명을 채용하는 방식입니다. 아직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았고 국회에 법안도 제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외교아카데미가 영어능력이 뛰어난 외교관 자녀들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이미 제기돼 왔습니다. 외교부 내에서는 60명을 선발해 10명을 떨어뜨리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50명을 선발한 뒤 이 중 정말 부적격자만 떨어뜨리자는 얘기도 나오는 등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이번 특혜 논란을 계기로 외교아카데미의 선발 방식이 크게 수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까지 외교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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