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수사]野“여권서 박영준 제보 잇달아”… 與소장파 “野서 접근해와 거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7일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내부와 한나라당에서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의 횡포를 민주당이 막아 달라고 제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이것은 권력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박 차장이 청와대 개편안을 작성해 청와대에 들어오겠다고 하니까 (여권 일부가) 이것을 막으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둘러싼 여권 내부 갈등을 정조준한 것이다. 여권 내부에 잠복한 갈등을 표면화해 증폭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이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국무차장 라인 대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이(친이명박) 소장파 라인의 갈등을 겨냥한 것이다. 실제 2008년 국회의원 공천과 여권의 인사 문제를 놓고 정 의원이 이상득-박영준 라인을 정면 공격하면서 양측의 전면전으로 번진 적이 있다. 당시 박 차장은 갈등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을 물러나 야인으로 지내다 지난해 총리실 국무차장으로 복귀해 ‘왕(王)차관’으로 불리기도 했다. 정 의원 그룹은 지난해 정운찬 국무총리 인선 이후 총리실 인선을 놓고 박 차장과 신경전을 벌였다는 후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불거진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이른바 ‘영포회’ 논란으로 번지면서 양측의 갈등이 새롭게 주목을 끌고 있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정두언 의원은 7일 MBC 방송토론회에서 “당내에서 아무도 동조해주지 않았지만 나는 2년 전부터 (박 차장 측의 인사전횡과 권력독점) 문제를 제기해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상득-박영준’ 라인에 대한 확전은 자제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6·2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내 화합에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자칫 여권 내부 갈등을 촉발할 경우 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엔 적극 나서지 않더라도 ‘영포회’ 논란 자체가 ‘이상득-박영준’ 라인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야당의 정치 공세에 선을 긋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이번 사건이 공론화되기 전 야당에서 (박 차장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갖고 있는지 은밀히 물어왔지만 응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야당의 표적이 되고 있는 ‘이상득-박영준’ 라인은 “야당의 공세는 근거 없다”고 반박했지만 여권 내부의 갈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상득 의원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하기 위해 6일 출국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