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당선자 인터뷰]<4>박준영 전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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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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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는 행정90 + 정치10%… 강 살리기와 운하 혼동 말아야”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3일 목포시 상동 선거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산강 살리기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영산강이 얼마나 오염됐는지 직접 와서 보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목포=박영철 기자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3일 목포시 상동 선거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산강 살리기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영산강이 얼마나 오염됐는지 직접 와서 보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목포=박영철 기자
“영산강 농업용수로도 못써
5년전부터 살리려 했지만 국비지원 안돼 제대로 못해

고부가 친환경농업 늘리고 은퇴타운 30곳 만들 것
기초장 22명중 7명 무소속… 민주당 함부로 공천 안돼”


《“민주당에 대한 지역민의 충성심이 많이 떨어졌다. 이번에 당선된 전남지역 기초단체장 22명 중 7명이 무소속이다. 공천 시스템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 6·2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3일 오후 전남 목포시 상동 선거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선거에서는 이겼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자축만 할 일이 아니라는 것. 그는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선거운동보다는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를 지원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본선보다 더 힘들다는 민주당 전남도지사 예선을 쉽게 통과한 뒤 무소속 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민주당 후보를 돕기 위해 연일 강행군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닥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세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느낌이 모두 달랐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어땠나.


“당보다는 인물을 보고 찍은 것 같더라. 이번에도 (민주당 후보가) 다수 당선됐지만 무소속도 많이 나왔다. 민주당 텃밭이라고 해서 함부로 공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민주당이 어떻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나.

“선거 때마다 경선 룰이 바뀌면 안 된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룰이 있어야 한다. 룰을 국회의원들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당론을 거스르고 영산강 살리기 사업을 찬성했다. 그 소신에는 변함이 없는가.

“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신 사람이다. 민주당 정당정책을 지지한다. 영산강 살리기는 2004년부터 ‘영산강 뱃길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해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에 운하건설 한다니까 (사람들이) 혼동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운하건설은 반대한다. 하지만 수질개선과 홍수예방, 수량 확보 등을 핵심으로 하는 영산강 살리기 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는 영산강 얘기가 나오자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박 지사는 지난해 11월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영산강 살리기 사업 착공식 때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영산강이 새로운 문명의 중심지로 바뀔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민주당내에서는 “당론으로 반대하는 사업에 소속 단체장이 ‘칭송’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박 지사는 “다른 강은 모르지만 영산강은 꼭 살려야 한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현재 영산강은 어떤 상황인가.

“하굿둑이 막힌 뒤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수질이 나빠졌다. 홍수로 떠밀려온 토사가 강 복판에 쌓여 3m가 넘는 곳도 있다. 지천에서 흘러드는 생활하수로 여름철이면 퀴퀴한 냄새가 풍기고 강줄기는 흐름이 끊겨 샛강이 됐다. 2005년부터 강을 살려보려고 했는데 국비 지원이 여의치 않아 제대로 사업을 벌이지 못했다. 2년 전에는 예산이 없어 지역 건설중장비협회 도움을 받아 준설하기도 했다.”

박 지사는 7일 전남도청 기자실에서 복귀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영산강을 다른 강과 똑같이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산강 살리기 사업은 10개 공구로 나뉘어 현재 모두 착공된 상태다. 승촌보, 죽산보 등 2개의 보 설치를 비롯해 하도 정비와 제방 보강 등 하천 환경 정비, 자전거도로 개설, 수질 개선, 저수지 둑 높이기, 하굿둑 구조개선, 홍수 조절지 댐 설치 등 54개 사업에 3조363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취임 때부터 친환경농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는데….

“전남은 공기가 깨끗하고 오염물질이 없어 친환경농업의 최적지다. 가장 중요한 게 일사량인데 전국 평균보다 10%가 많고 수도권보다는 무려 20% 많다. 현재 일반미 쌀 한 가마니(80kg) 값이 14만 원 정도인데 전남에서 생산된 유기농 쌀은 50만 원, 100만 원을 넘기도 한다. 생산뿐 아니라 저장, 유통, 가공시설을 늘려 농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꿔 놓겠다.” 박 지사는 2005년부터 친환경 면적을 늘리기 시작해 전남을 ‘친환경 농업의 메카’로 만들었다. 지난해 말 친환경 인증 면적은 10만2000ha(약 3억 평)로 전국의 52%를 차지했다. 박 지사는 올해부터 2014년까지 1조6620억 원을 투입해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량을 매년 5% 이상 줄인다는 방침이다.

―10월 영암에서 국제자동차경주대회(F1)가 열리고 2012 여수세계박람회,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등이 예정돼 있다. 준비상황은….

“F1은 전남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행사다. 8월이면 F1 경주장이 완공돼 그 위용을 드러낸다. 교통과 숙박대책을 마련하고 연계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성공 개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 준비도 순조롭다. 지난해까지 5조7575억 원을 투입해 고속도로, 철도, 항만시설 등 사회간접자본시설(SOC)을 확충했다. 올해는 1조5956억 원이 투입된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도 11월 기반조성 공사에 들어간다.”

―농촌에서 아이 울음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인구 감소 원인은 일자리가 없고 교육 및 의료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1970년 이래 매년 3만5000명씩 감소하던 인구가 다행히 2007년 1만 명, 2009년 5000명 이하로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취임 이후 2400여 개 기업을 유치하고 8만5000개 일자리 창출에 주력한 결과다. 농어촌 교육을 챙기고 일자리를 만들고 행복마을, 전원마을 등을 통해 은퇴자 유치에 적극 나선다면 2020년에는 인구 200만 명을 회복할 것이다.”

―3선이 됐다. 도지사는 어떤 자리인가.

“한마디로 종합행정가다. 지역을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 지역민을 어떻게 먹여 살릴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당 공천을 받은 정치인이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감은 행정이 90%, 정치가 10%다.”

박 지사는 전남도에서 꼼꼼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기자 출신답게 논리가 정연하고 수치에도 밝다. 정치적인 행사보다는 행정 현장을 찾아 업무를 챙기는 스타일이다. 그는 “서울시청을 출입할 당시 취재했던 경험이 솔직히 행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기업들을 상대로 전남에 투자유치를 설명한다면….

“전남은 은퇴자가 가장 살기 좋은 곳이다. 그래서 은퇴타운 30개를 만들 계획이다. 현재 4개는 공사를 시작했다. 공기가 깨끗하고 일조량이 많고 겨울에도 따뜻해 4계절 레저활동이 가능하면서 땅값도 싸다. 일본도 가깝고 중국 상하이도 비행기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퇴임 후 땅값 싼 곳을 골라 농사를 짓고 싶다. ‘농사꾼 도지사’를 보면 많은 사람이 전남을 찾지 않겠나(웃음).”

―지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려움도 있었지만 도민들이 잘 참고 따라와 주셨다. 친환경농업을 추진할 때 ‘그게 되겠느냐’고 반신반의했던 도민들이 이제는 ‘해보니까 되더라’라며 오히려 고마워한다. 도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게 가장 큰 보람이라 여기고 있다.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제는 도민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인터뷰=하준우 편집국 부국장
무안=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약력]

△전남 영암(63세) △인창고, 성균관대 정치학과 △중앙일보 편집국 부국장 △김대중 전 대통령 공보수석 비서관 겸 대변인 △국정홍보처장 △전남도지사(2004년∼현재)



■ 朴지사 공약
농산물 45% 친환경 인증… 해마다 기업 500개 유치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선거운동기간 중 동아일보와 한국정치학회 매니페스토연구회에 제출한 주요 공약 가운데 대표적인 핵심 공약은 친환경 3농(농업·농촌·농민) 정책이다. 전남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의 45%까지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달성하겠다는 게 목표다. 박 지사 측은 또한 유기농 생태마을 50곳, 친환경 농수축산 수출기업 50곳, 친환경농산물 전문 인증기관 15곳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덕로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농업이 전남지역의 산업구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고려해볼 때 전체적으로 올바른 방향 설정 같다”며 “친환경 농산물 인증 방안은 다소 어렵겠지만 다른 분야는 예산의 조달 방법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고경민 제주대 BK21사업단 교수는 “지역이 갖는 강점을 적절히 활용한 공약”이라면서도 “4년 안에 지키기에는 너무 많이 벌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지사의 두 번째 공약인 ‘기업 2000개 유치 및 일자리 10만 개 창출’은 △좋은 기업 2000개 유치 △사회적 기업 100개 육성 △대학생 벤처 창업 기회 확대로 구성돼 있다. 박 지사는 이를 위해 매년 기업 500개를 유치하고 30∼40개의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강인호 조선대 행정학과 교수는 “2000개 기업 10만 개 일자리보다는 어떤 기업과 일자리가 주어지느냐가 중요하다”며 “숫자를 강조하는 것은 최근 각 대학이 취업률 99%를 자랑하는 것처럼 체감하기 어려운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공약인 ‘선진 교육·복지 공동체 조성’은 △도내 전 지역 신생아에게 30만 원씩 지원 △친환경 무상급식 단계적 전면 실시 △농어촌·도서벽지 영어체험교실 195개교 확대 등으로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단 주민들이 환영하겠지만 효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또 ‘여수엑스포, 전남 영암 F1그랑프리대회 개최 및 전남-제주 해저고속철도 건설을 통한 동북아 관광 허브 구축과 관광객 1억 명 유치’ ‘4대 신도시 건설 및 2020년 인구 200만 명 달성’ 등을 내세웠다. 이 중 전남-제주 해저고속철도는 1월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강 교수는 “박 지사의 공약들은 장기적 비전이라는 측면에서는 좋지만 실현 가능성에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 만큼 재임기간 중 재정 마련 등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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