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당선자 인터뷰]<2>오세훈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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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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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에서 개표 종반까지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 뒤지다 막판 역전승했던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청 집무실에서 4일 “시민들과 했던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공약 실천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서울시장 선거에서 개표 종반까지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 뒤지다 막판 역전승했던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청 집무실에서 4일 “시민들과 했던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공약 실천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했죠.” 6·2지방선거에서 어렵게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선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개표 과정은 피를 말리는 싸움이었다. 투표 직전까지 20%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2일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0.2%포인트만 앞서는 것으로 나와 캠프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개표 초반 10%포인트 앞섰지만 이내 0.5%포인트 뒤지는 추세가 새벽까지 이어져 패색이 짙었다. 3일 오전 4시 16분 역전에 성공했고 0.6%포인트(2만6412표) 차로 승리해 그야말로 지옥 구경을 다녀온 셈이다. 오 시장은 승리를 기뻐하면서도 한나라당의 전국적인 참패 때문에 자중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4일 최영묵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이 오 시장을 만나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 “3無학교 통해 공교육 정상화…非강남지역에 우선 지원”

노인 행복타운 4곳 설치
뉴타운에 어린이집 확충
저소득층 학비지원 강화

구청장-시의회 여소야대
다양한 의견수렴 기회될것
임기 충실하게 마치겠다


―신승(辛勝)이긴 했지만 승리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민심의 준엄함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시민들이 나를 선택한 것은 지난 4년에 대한 냉정한 평가라고 본다.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이 아니라 미래 서울을 위해 차분한 준비 작업을 해온 것을 시민들이 인정해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의 패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당의 패배도 있었지만 나 역시 힘겹게 이긴 것에 대해 후보의 한 사람으로서 지지해 주신 분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패인을 논하기에 앞서 국민이 내린 준엄한 심판 앞에서 나는 물론 한나라당이 뼈를 깎는 반성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새 임기가 시작되면 각계 시민대표로 구성된 ‘시민소통본부’를 만들어 시민들의 실질적인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겠다. 시민 대표는 대학생과 학부모, 택시운전사 등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8명으로 구성하겠다.”

―유권자들을 만나면서 어떤 생각을 갖게 됐나. 기억에 남는 말은….

“시장에서 만난 분들의 말씀이 기억난다. 많은 상인이 ‘우리 살게 좀 해주세요’라고 말씀하셔서 가슴이 아팠다. 막중한 책임감도 느꼈다. 또 거리에서 ‘서울이 정말 살기 좋아졌다’며 격려해 주시는 시민들을 뵐 때 4년간 시정을 추진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경쟁 후보들의 비판도 늘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정진석 추기경께서 ‘사람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조용히 공로를 쌓아가면 하늘이 알아주실 것’이라고 조언해 주신 내용은 평생 교훈으로 삼으려 한다.”

―구청 21곳과 시의회 절대 다수를 민주당이 차지했다. 시정 추진이 원활하겠나.

“오히려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다양한 의견이 수렴될 것이고 정책의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상호 토론과 설명을 통해 시민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각종 사업 추진에 서울시의 예산을 지원받는 자치구에서 (무상급식 등) 일방적인 정책을 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민선 5기 시장에 취임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공약에 맞춰 시의 조직을 일부 개편하는 일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사교육, 폭력, 준비물 등 3가지가 없는 ‘3무(無) 학교’ 구현을 위해 교육 분야 조직을 강화할 생각이다. 또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사업 추진 부서도 확대 개편하려고 한다.”

―광화문광장 사용에 대해 독점적이라든가, 치적 홍보용이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기본적으로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운영 방식을 마련할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욕심이 많았다. 개장할 때는 서울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래서 세종대왕 동상을 만들고 역사물길, 세종이야기, 충무공이야기 등의 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거기에다 역동성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스노보드대회 등을 열었던 것인데 비판이 있었다.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우선은 역사성과 정체성이 시민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도록 할 생각이다.”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호평을 받았지만 부자를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는데 계속 추진할 생각인가.

“그런 비판이 거셌던 점이 이번 선거의 소득 중 하나라고 본다. 시프트가 싸구려가 아니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처음에 시프트를 또 다른 임대주택이라고 보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입주하려고 경쟁이 치열하다. 집값 안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야당 후보의 비판은 현실을 외면한 만큼 현행대로 계속 추진하겠다.”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진보 성향의 교육감 당선자와 어떤 방식으로 교육정책을 풀어갈 생각인가.

“곽노현 당선자께서는 합리적인 분이라고 들었다. 당연히 충분한 대화로 서울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협의를 통해야겠지만 이번 선거 과정에서 ‘3무 학교’를 최우선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곽 당선자와 협의해 시민들이 골고루 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저소득층에 학교에 들어가는 일체의 부담을 덜어주는 교육복지정책도 추진할 생각이다. 부자들에게도 혜택을 주는 전면 무상급식 대신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3무 학교’는 언제쯤 현실화되는 것인가.

“3무 학교 현실화를 위해 교육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연간 2조4000억 원가량을 지원해 왔지만 앞으로는 여기에 1조 원 정도를 더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공교육을 살리고 학부모와 학생 모두가 신뢰하는 학교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비(非)강남, 맞벌이부부 밀집 지역부터 우선 추진할 생각이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맞벌이부부들을 대상으로 육아 지원 정책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어떤 대책을 마련했나.

“맞벌이부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동아일보의 ‘아이와 함께 출근해요’ 시리즈 취지에 공감한다. 앞으로 맞벌이부부들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보육시설을 확충해 나가려고 한다. 기본적으로는 그동안 꾸준히 확대해온 서울형 어린이집을 뉴타운 등의 지역에 대폭 늘려 나갈 생각이다.”

―노인을 위한 특별한 정책이 있나.

“서울 시내 4개 권역별로 행복타운을 만들 계획이다. 찜질, 안마, 바둑, 수영 등 모든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첫 재선 서울시장이 됐다. 대선에 도전할 것인가.

“선거 과정에서도 같은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시민들께서 부여한 임기를 충실히 마칠 것이다. 그 이후 서울시를 위해 할 일이 남았다고 판단하면 다시 3선에 도전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시점에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판단해 결정할 일이다. 우선은 이제 시작한 민선 5기의 책무를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고생한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제 아내가 나보다 더 바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못난 남편을 도우려고 선거운동 기간 내내 유세를 도왔다.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두 딸은 다양한 유세 아이디어도 주고, 응원 메시지를 보내줘 큰 힘이 됐다. 가족의 힘이 나를 지탱해줬다.”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한나라당의 패배 속 승리지만 행복한 서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서울을 기대하는 1000만 시민의 뜻이 승리했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교육에 따른 가난의 대물림을 막고 노후 걱정 없는 서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인터뷰=최영묵 편집국 부국장

정리=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吳시장 공약은
소득 하위 70% 계층… 2012년 안에 무상보육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4일 2기 서울 시정의 골격이 될 5대 공약을 본보와 한국정치학회 매니페스토연구회에 제시했다. 5대 공약은 △교육 △보육 △일자리 △노후 보장 △수도권 경쟁력 강화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정책은 공교육 강화를 위해 4년 동안 1조476억 원을 투자해 시민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이현출 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정치학박사)은 “방과후 학교와 ‘수준별 맞춤형 학습지원’이 사교육을 대체할 수준이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광호 교수도 “사교육 해소의 대안을 반드시 공교육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저렴한 비용으로 사교육의 다양한 장점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포함되지 못해 아쉽다”고 평가했다.

오 시장은 일자리 공약으로 1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직업전문학교를 ‘서울형JOB아카데미’로 개편해 맞춤형 직업훈련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약속했다. 이른바 서울형 신고용 정책이다.

이에 대해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업훈련과 취업지원 체계를 갖추겠다는 공약은 좋은 방향이지만 특화된 방안이 눈에 띄지 않았다”며 “현재 전체 실업자가 90만 명 내외인데 100만 개 일자리 창출은 무리 아니냐”고 지적했다.

신개념 토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르신 행복타운’ 건립 등을 중심으로 한 노후대책 공약에 대해 정 교수는 “다양한 노인형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는 게 나을 듯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소득하위 70% 이하 계층에 대해 2012년까지 단계적 무상보육 실시 △24시간 365일 공공보육시설 확충 등 보육 분야 공약은 대체로 무난하다고 평가했다. 이 팀장은 “보육, 일자리, 노인복지 분야에서는 낙선한 민주당 한명숙 후보와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의 좋은 공약을 수렴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광역급행철도 건설 등으로 수도권 어디든 30분 안에 갈 수 있는 교통 인프라를 갖추겠다는 공약에 대해 인접 자치단체장의 공약이나 중앙정부의 국토계획과 맞는지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밖에 정 교수는 “오 시장의 5대 공약에 ‘문화 코드’가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고 밝혔다.

◇ 오세훈 약력

△서울(49세)
△대일고, 고려대 법대(박사)
△26회 사법시험 합격
△MBC TV ‘생방송 오변호사 배변호사’ 진행
△16대 국회의원
△서울시장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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