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4대강-독도… 청와대의 3가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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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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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검찰 수사
곽영욱 진술 오락가락
야 “민주주의 후퇴” 몰아붙여
무죄판결땐 심판론 우려

천주교 4대강 사업 우려
가톨릭계 성명 파급력 커
사업설명 등 대응책 부심
MB “귀 기울여 정책반영”

요미우리 독도 논란
李대통령 발언싸고 시끌
반박하자니 이슈 부각 우려
“사실 아닌데 안타깝고 답답”


청와대가 요즘 속앓이가 심하다. 수개월째 끌어온 세종시 수정 문제 외에도 대처하기 까다로운 사안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재판, 천주교 주교회의의 4대강 살리기 사업 반대 성명,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이명박 대통령 독도 발언 보도와 관련한 논란 등이 청와대를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이 이슈들은 모두 6·2지방선거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인화성이 높지만 대응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 전 총리 사건은 자칫 이전 정권과의 대결구도로 흐를 수 있고, 가톨릭계의 4대강 사업 반대는 종교 문제가 얽혀 있다. 독도 발언 논란은 청와대가 발을 들여놓을수록 국익에 민감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명숙…침묵

청와대 관계자들은 요즘 한 전 총리 사건 얘기가 나오면 입을 닫는다. 사실 청와대는 그동안 한 전 총리 사건이 정국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아주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 왔다. 이전 정부의 총리를 지낸 거물급으로 야권의 강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일부 참모들은 사견으로 “검찰이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경우 ‘정권 중간심판론’보다는 뇌물수수 진실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다”라며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비쳐 왔다.

하지만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건넸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면서 청와대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만약 다음 달 9일로 예정된 1심 판결에서 무죄가 선고되면 ‘정권심판론’에 불이 붙으면서 청와대와 여권 전체를 곤경에 빠뜨릴 공산이 크다. 진보세력 일각에서 주장해온 ‘민주주의 후퇴론’ ‘공안기관 독립성 약화론’에 불을 붙여주는 상황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참모들은 “지켜보자”며 입을 다물고 있지만 일각에선 혹시 검찰이 공명심에서 무리한 수사를 한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천주교 4대강 사업 반대…곤혹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장 강우일 제주교구장)가 12일 성명에서 “4대강 사업이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청와대는 내심 큰 충격을 받은 듯하다. 이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해 가톨릭계를 대표하는 기구가 부정적인 성명을 낸 것은 사회적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톨릭이 워낙 생명을 강조하기 때문에…”라며 곤혹스러워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의연한 대처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야권 시민단체 등의 반대 움직임을 보고받은 이 대통령은 회의 말미에 “4대강 사업이든 무상급식이든 정부정책에 반대한다고 해서 무조건 서운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나는 그런 목소리들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차분한 대응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귀를 기울여 미처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고마운 마음으로 참고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정책이 더 견실해지고 국가와 국민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청와대는 가톨릭 지도급 인사들을 직접 찾아가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독도 논란…진화

청와대는 요미우리신문의 독도 보도와 관련된 논란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현상을 개탄하는 분위기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명박 대통령과 일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의 대화를 실은 2008년 7월 15일자 기사에서 당시 후쿠다 총리가 “독도를 교과서해설서에 일본 영토로 표기하겠다”는 뜻을 표시하자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마치 일본 영토 표기 자체보다는 시기가 문제라는 뉘앙스로 오인될 수 있는 이 보도에 대해 한일 양국 정부는 즉각 이를 부인했고 한국의 ‘국민소송단’이 요미우리 신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러자 요미우리 신문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허위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서면답변을 제출했다.

청와대는 이에 “요미우리의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거듭 일축한 뒤 ‘무대응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미 양국 정부가 보도 직후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바 있는 사안이며, 독도 문제를 계속 이슈화시키려는 일본의 한 신문사를 상대로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정면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일부 웹사이트에서는 ‘이 대통령이 실제 그런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식의 얘기가 퍼져 나가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정치적 이슈화를 시도하고 있다. 1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국내 일각에서 독도 문제를 의도적으로 이슈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내용이 보고됐다. 결국 청와대는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박선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미 일본 외무성이 요미우리신문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왜 이제 와서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되는지, 모든 문제를 다 알고 있는 야당은 왜 다시 문제를 제기하는지 안타깝고 답답하다”고 밝혔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동영상 = 한명숙 전 총리, “살아온 인생 걸고 진실 밝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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