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논의 기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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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달 8일 개성서 논의”
北요구 날짜-장소 수정 제의
수신인 김양건 부장 못박아
‘당국간 회담’ 거듭 강조

정부가 다음 달 8일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문제를 논의하는 실무회담을 열자고 북한에 제의했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은 25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 명의로 김양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에게 금강산과 개성관광 관련 실무회담을 2월 8일 개성에서 열자는 통지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북한은 14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명의로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접촉을 26, 27일 금강산에서 갖자고 제의했다. 이에 정부가 회담 시점을 다음 달 1일 열리는 개성공단 관련 당국 간 실무회담 이후로 연기하고 장소도 금강산이 아닌 개성으로 수정해 제의한 것이다.

특히 정부는 이번 통지문의 북측 수신인을 김양건 통전부장으로 했다. 이번 실무회담이 책임 있는 당국자가 참석하는 당국 간 회담이 돼야 주요 현안을 제대로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아태평화위 간부 대부분이 노동당 중앙위 간부를 겸하고 있지만 아태평화위는 스스로 비정부 기구라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은 북한 뜻대로만 남북대화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실무회담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금강산·개성관광의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북한이 현금 확보 차원에서 관광 재개를 원하고 있지만 정부는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 약속 △신변안전보장 제도화를 관광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특히 천 대변인은 “이번 협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변안전보장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적 수준의 신변안전보장 제도화를 위해 2004년 남북이 체결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의 보완을 집중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서에는 억류자에 대한 변호인 조력권과 접견권, 구체적 조사절차가 규정돼 있지 않다.

한 정부 당국자는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의 경우 ‘문서상 협약’ 형식이 아닐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무회담에서 북측 대표가 진상을 자세히 설명하거나 재발방지에 대한 ‘북한 고위당국자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경우 두 가지 요구사항은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다른 정부 당국자는 이날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제의를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설(2월 14일)은 시기상 어렵지만 이후에라도 상봉행사를 열자고 제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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