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공무원 수뢰 가중처벌’ 법안 여야의원들 똘똘 뭉쳐 무산시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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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여론 따라 만든 ‘세무공무원 수뢰 가중처벌’ 법안
“세무공무원만 차별” 이유로 수정 의결

세무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았을 경우 일반 공무원보다 가중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정부가 국회에 발의했으나 여야가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서 입법화가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위원장 이혜훈 의원)는 3일 회의를 열어 정부가 9월 30일 제출한 조세범처벌법 개정안을 수정 의결했다. 여야 소위 위원들이 수정한 내용은 ‘세무공무원이 직무 관련 금품을 받으면 금품의 2배 이상 5배 이내의 징계부가금(과태료)을 부과한다’는 조항이다. 의원들은 정부 법안에 있던 ‘2배 이상’이라는 하한선 규정 조항을 삭제해 통과시켰다.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 이용섭 백재현 의원 등은 “세무공무원만 가중 처벌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하한선 규정 신설에 반대했고, 한나라당 나성린 유일호 진수희 의원 등은 별다른 의견 없이 동의를 표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 의원 등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으면 받은 금품의 5배 이내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이 계류된 상황에서 세무공무원에게만 과태료 하한선을 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을 대표해 출석한 기획재정부 윤영선 세제실장도 여야 의원들이 반대하자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달 30일 해당 법안을 소위에서 처음 심의했을 때는 “세무공무원에겐 일반 공무원보다 더 높은 직업윤리가 요구된다”며 법안 통과를 강력히 요청했다가 반박 논리를 펴는 의원들의 비판을 받았다.

의원들은 3일 회의에서 세무공무원의 직무상 범죄를 형법상 가중 처벌하는 기존 조세범처벌법 조항도 삭제했다. 세무공무원이 공무원 직무 관련 범죄를 범했을 경우 최장 형량의 3분의 1을 가중 처벌(‘1년 이상 6년 이하’의 형일 경우 ‘1년 이상 8년 이하’로)하도록 하는 조항에 대해 “현재 재판에서 거의 활용되지 않는 사문화된 조문”이라는 이유로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형법상 가중 처벌 조항을 없애려면 그 대신 뇌물수수 과태료에 ‘2배 이상’이라는 하한선을 둬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시했다.

재정위 소속 한 의원 보좌관은 “세무공무원에게 더 높은 청렴성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에 바탕을 둔 정부의 법 개정 시도가 의원들에 의해 일축됐으며 정부도 쉽게 꼬리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향후 재정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 본회의 등을 남겨두고 있지만 소위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됐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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