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할때 조심”… 靑 내부관리 모드로

  • 입력 2009년 10월 14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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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안팎 지지율 ‘함정’ 우려
비서관 행패 등 잇단 잡음에 “철저히 섬김-봉사 정신으로”
李대통령, 연이틀 질책

청와대가 사실상 위기관리 모드에 들어갔다. 외견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50% 안팎까지 오르는 등 순항하고 있지만 “한 방에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 몸조심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최근 청와대 이모 비서관의 경내 행패와 이동통신사에 대한 박모 행정관의 기금 요구 논란이 대표적 사례다.

이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공직자들은 섬기는 자세로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 장관부터 솔선수범해 우리 정부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철저히 섬김과 봉사의 정신으로 임해 달라”고 지시했다.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비서관이든 행정관이든 청와대 직원들의 불미스러운 행동은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일”이라며 강하게 질책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모 행정관에 관한 사안을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며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윤진식 정책실장도 꾸짖었다고 한다.

청와대 내에서 잡음이 생기는 건 종종 있는 일이지만 유독 요즘 들어 대통령을 비롯해 참모진들이 민감해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지지율의 역설’ 때문이다. 집권 2년차의 50%대 지지율은 사실상 오를 만큼 오른 것으로 볼 수 있고 남은 것은 횡보 내지 내리막길밖에 없다는 시각이 많다. 이런 때 조그만 문제라도 불거지면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청와대는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나라당 지지율을 훨씬 웃도는 국면이 썩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MB 독주’로 비쳐 사소한 실수에도 모든 화살이 이 대통령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취임 초 60% 안팎을 기록했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순식간에 20%대로 급락한 경험도 지지율 자체가 사상누각이라는 인식을 낳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내부에선 정무라인을 중심으로 공직기강을 다잡아야 한다는 건의가 많았다고 한다. 홍보라인도 여론 흐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여기에 10·28 재·보궐선거가 눈앞에 있고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도 몸을 사리게 하는 요인이다. 여권 내에선 이번 재·보선이 ‘여당 참패’의 사슬을 끊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런 만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몸조심,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자신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 출범식 때 이 대통령이 미리 준비한 원고를 무시하고 30분가량 즉흥 연설을 한 것을 두고 일부 참모는 ‘아찔한 순간’이었다고들 말한다. 정제되지 않은 언급이나 민감한 사안에 대한 거침없는 소신 발언이 튀어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청와대 내 문제들이 어찌 보면 시의 적절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지율에 취해 분위기가 이완되는 경향을 보였는데 때맞춰 옐로카드가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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