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부터 누님제사 안지내도 되겠네요”

  • 입력 2009년 10월 1일 0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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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2차 행사
정봉주 前의원 北사촌형 만나

추석 이산가족 상봉 2차 행사 이틀째인 30일 남북 가족들은 숙소인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 옆 잔디광장에서 개별 및 야외상봉을 통해 전날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야외상봉은 가족소풍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번 상봉행사 참가자 중 최고령인 김유중 씨(100·여)도 북측의 셋째 딸 이혜경 씨(75)를 다시 만났다. 그는 “딸이 북에서 잘사는 걸 확인해서 그런지 큰 걱정이 안 들고 잠도 잘 잤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남측 가족들의 사진앨범을 딸 혜경 씨에게 선물했다. 혜경 씨가 “(돌아가면) 밤새 (북측) 가족들과 앨범을 보고 또 보겠다. 이번 상봉은 동네사람들에게도 관심사라서 자랑하겠다”고 말했다고 김 씨가 전했다.

서울로 공부하러 갔다가 6·25전쟁으로 소식이 끊겼던 북측의 큰누나 강선옥 씨(75)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에서 올라온 강응선 씨(73)는 “이번 추석부터 큰누님의 제사를 지내지 않아도 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 씨 형제들은 생전에 선옥 씨를 많이 그리워한 어머니의 당부에 따라 40년간 선옥 씨의 제사를 지내 왔다.

유일한 부부 상봉자로 59년 만에 재회한 남측의 아내 장정교 씨(82)와 북측의 남편 노준현 씨(81)는 개별상봉에 이어 야외상봉에서도 내내 손을 놓지 못했다. 장 씨가 “젊어서 만나면 좋았을 것을…. 이렇게 나이 들어 만났네요”라고 눈물을 글썽이자 노 씨는 “다른 데로 시집갔거나 죽은 줄 알았다. 북쪽 상봉단 사람들이 (헤어진 아내가 어떻게 긴 세월을 혼자 살았느냐며) 놀라더라”라고 말했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의 사촌형 정봉학 씨(78)를 만났다. 봉학 씨는 6·25전쟁 때 북한군의 색출을 피해 경기 화성시 집을 떠났다가 가족과 헤어졌다. 1960년생인 정 전 의원은 사촌형의 얼굴을 본 적이 없지만 연방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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