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9월 17일 02시 5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학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제한적 범위의 개헌을 언급한 배경과 의미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우선 개헌의 범위를 권력구조 등 소폭으로 제한한 것을 놓고는 찬반양론이 엇갈렸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정치외교학)는 “제헌 수준으로 헌법을 바꾸려면 영토조항 등에서 이념논쟁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제안은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최소한의 사회적 공감대를 찾아내 그것을 풀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대 김용철 교수(정치학)는 “원 포인트, 투 포인트식으로 꼭 해야 할 것부터 순서대로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형식은 소폭이지만 내용적으로 대폭일 수 있어 소폭 개헌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행정구역이나 선거제도 개편 등은 헌법조항이 아닌 법률사항인데 굳이 대통령이 언급한 이유가 뭔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권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개헌은 최종적으로 국회의 논의와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 발언이 구속력을 갖는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종철 연세대 법대 교수는 “개헌은 서두를 필요가 없고, 기본적으로 긴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논의해 나가야 한다”며 개헌론에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의 시기를 일치시키는 등의 권력구조 개헌에 반대한다”면서 “양원제가 아닌 단원제에서 임기를 일치시키면 대통령의 제왕적 지위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개헌의 큰 방향을 제시한 것 자체에 우려를 표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정종섭 서울대 법대 교수는 “대통령이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순기능적 측면이 있지만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하면 야당이 의도적으로 반대하거나 청와대가 정치적인 복선을 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정치학)는 “대통령이 구체적인 개헌안을 내놓는 순간 순수한 의도를 상실해 버린다”면서 “대통령이 정권 연장이나 퇴임 후 정치적 영향력을 위해 개헌을 하려고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희대 김민전 교수(정치학)는 “대통령이 결심하지 않으면 개헌은 불가능하다. 어렵게 대통령이 얘기한 것은 방향 제시로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처럼 임기 말이 아닌 집권 초에 개헌을 언급한 것은 개헌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서강대 이현우 교수(정치학)는 “차기 정부 출범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고, 정치권도 목전의 이익이 아니므로 성사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전 교수는 “과거에는 에너지만 낭비하고 중단되곤 했는데 내년까지는 대선후보가 드러나기 전이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종섭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는 대선 릴레이가 시작된 상황에서 개헌 논의가 있었고 4년 중임 대통령제라는 구체적인 답을 내놨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평가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