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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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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직을 사퇴한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원외라는 한계를 딛고, 당 대표로 선출된 박 대표는 임기(2년)를 채우지 않고 1년 2개월 만에 중도 하차하게 됐다.
▽“공천 경쟁과 인적쇄신 동참 위해 사퇴”=김효재 대표 비서실장은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0월 경남 양산의 국회의원 재선거에 3일 공천 신청을 한 박 대표는 공정한 공천 경쟁과 선거에 진력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당초 당 공천이 확정된 직후 사퇴하는 것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와 내각을 개편함에 따라 이 같은 인적 쇄신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워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 공천심사위원회는 △8일 면접 △10, 11일 여론조사를 거친 뒤 15일경 1차 공천심사 대상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5일 공천 신청을 마감한 결과 양산에서는 박 대표를 포함해 김양수 전 의원, 친박근혜(친박) 성향의 유재명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등 8명이 공천 신청을 했다. 공천 신청 후 여론조사를 거친 뒤 탈당을 하면 무소속 출마를 할 수 없다. 공심위원장인 장광근 사무총장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1차 공천심사 결과 발표에 가능한 한 양산은 꼭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정몽준 최고위원이 당헌 당규에 따라 대표직을 승계하게 된다. 2007년 12월 입당한 정 최고위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지역구를 서울(동작을)로 옮겨 당선된 뒤 전대를 통해 최고위원직에 올랐다. 그동안 당내 비주류의 한계를 절감한 정 최고위원에게 당 대표직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당 대표로서 소속 의원들을 잘 파고들면 정 최고위원의 정치적 위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 최고위원이 10월 재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른 뒤 내년 전대까지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면 차기 대권 구도에서도 나름대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거란 관측이 많다.
정 최고위원의 대표직 승계는 이 대통령이 최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국무총리에 내정한 것과 맞물려 있다. 정-정 체제는 여권의 차기 대권구도에 새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동안 박근혜 전 대표가 독주하다시피 했던 여권의 차기 대권 후보 경쟁 구도는 ‘정-정 체제’가 가세할 경우 ‘3각 구도’로 급격히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당내 초선 의원들이나 중립 성향의 의원들이 중도실용 또는 중도개혁을 기치로 이합집산하면서 당내 세력 구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초선 의원은 “여당으로선 차기 후보군이 많아질수록 좋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당장 친이계의 좌장격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박 대표의 사퇴로 비게 되는 최고위원 자리를 채우는 문제가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최근 측근들에게 “날짜를 허비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복귀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친박계는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 전 최고위원은 내년 2월경 실시될 가능성이 높은 조기 전대에 직접 출마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최근 이 대통령의 유럽 특사 역할을 마치고 귀국한 박 전 대표는 당분간 적극적인 행보를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선 10월 재선거 지원에도 직접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전 최고위원 등 당내 다른 세력들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경우 박 전 대표의 보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창조한국당 문국현 의원(서울 은평을)의 공직선거법 재판이 이달 안에 선고될 경우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이곳에서 10월 재선거가 실시되면 이 전 최고위원이 출마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박 전 대표 측의 대응 여부가 주목된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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