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上이몽’서 ‘東上동몽’으로?

  • 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6분


YS “동교동계-상도동계 다 모여라” 내일 만찬 초청
권노갑 김홍업-김덕룡 김무성 등 참석… 화합 건배 나눌듯

김영삼 전 대통령(YS·얼굴)이 2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따랐던 동교동계 인사들과 만찬을 함께한다. 이날 만찬에는 YS를 따랐던 상도동계 인사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YS가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DJ와 극적인 화해를 한 데 이어 양김(兩金)을 따랐던 상도동-동교동계의 화해를 직접 주선하는 것이어서 DJ 서거 이후 조성된 여야 정치권의 화해 분위기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YS는 DJ 영결식 다음 날인 24일 동교동계 맏형인 권노갑 전 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상심이 얼마나 크겠느냐. 위로 차원에서 저녁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 전 고문은 YS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여 동교동계 인사가 대거 참석하도록 했다.

26일 만찬에는 “상주를 꼭 만나고 싶다”는 YS의 요청에 따라 DJ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과 권노갑 한화갑 한광옥 씨 등 범동교동계 인사 31명을 비롯해 김덕룡 대통령국민통합특별보좌관, 한나라당 김무성 이성헌 의원 등 YS를 따랐던 상도동계 인사를 합쳐 모두 50여 명이 참석하기로 했다. YS와 DJ가 1984년 손잡고 만든 민주화추진협의회 멤버들은 전원 참석한다. 김무성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양김이 이룬 민주화 노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라도 양측이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통합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YS는 24일 오전 11시 반 DJ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한 번 위로했다. YS는 “국민이 많이 애도하고 있으니 영부인(이 여사)께서 위로를 받으시길 바란다. 이 여사가 건강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동교동계의 한 인사는 “DJ 서거 후 크게 상심한 YS를 보면서 두 사람은 ‘바늘과 실’ 같은 존재라는 점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YS는 20일 DJ의 장례가 국장으로 결정되자 곧장 상도동 자택 앞에 조기를 내걸었다. 이에 앞서 DJ의 병세가 악화된 10일엔 DJ가 입원 중이던 병원을 찾아 “화해했다고 봐도 좋다”며 40여 년 애증의 세월에 종지부를 찍기도 했다. DJ도 YS와의 반목이 정점에 달했던 1990년대 초 측근들에게 “내가 죽으면 가장 슬퍼할 사람이 YS이며 YS가 설령 나보다 먼저 간다면 가장 슬퍼할 사람이 나”라고 말하곤 했다.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은 “양대 계파가 회동한다고 해서 지역감정 등이 눈 녹듯 사라질 수는 없다”며 “여권 내부에서 민주화, 남북관계의 질적 전환, 사회안전망 구축 등 DJ의 3대 업적을 평가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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