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덕통상 직원들 내달 1일 개성으로 특별한 여름휴가

  • 입력 2009년 7월 29일 02시 59분


北근로자에 줄 선물다음 달 1일 개성으로 휴가를 떠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삼덕통상 문창섭 대표(오른쪽)와 직원들이 28일 부산 강서구 송정동 회사에서 북한 근로자들에게 줄 의류 등 선물을 챙기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北근로자에 줄 선물
다음 달 1일 개성으로 휴가를 떠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삼덕통상 문창섭 대표(오른쪽)와 직원들이 28일 부산 강서구 송정동 회사에서 북한 근로자들에게 줄 의류 등 선물을 챙기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北근로자와 사흘간 동고동락
개성공단 우려 씻고 올게요”

신발 전문 업체로 부산에 본사가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삼덕통상의 직원 10명이 8월 1∼3일 개성공단으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하루 200∼700명의 한국 사람이 드나들지만 모두 업무차 왕래일 뿐 개성공단으로 입주기업 직원들이 휴가를 가는 것은 처음이다.

27일 이 회사에서 만난 류원호 대리(31)는 “요즘 개성공단이 위기라며 지구 반대편보다 멀어진 것처럼 많이들 말하지만 공단의 우리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은 같은 회사 동료나 다름없다. 그들을 만나 편한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대화를 나누며 정을 느껴보는 게 이번 여름휴가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개성공단 내 채소 농장에서 북한 근로자들과 함께 비료를 주고, 공장에서 신발을 같이 만들어 보고, 북한 식당인 봉동관에서 함께 밥도 먹으며 휴가를 보낼 계획이다. 공단 안에선 북한 근로자들을 비교적 자유롭게 만날 수 있어 단체관광객의 일정이 통제되는 개성관광과는 다르다고 삼덕통상 측은 설명했다.

1년에 한 번뿐인 짧은 여름휴가 3일을 개성공단에서 보내자는 아이디어는 3주 전 이 회사 문창섭 사장(59·개성공단기업협회 명예회장)이 먼저 냈다. 남북관계가 경색될수록 사람들의 순수한 만남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처음엔 북한의 잇단 무력시위와 이로 인한 남북관계의 경색 등으로 인해 선뜻 개성에 가겠다는 직원이 있을지 내심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우(杞憂)였다. 직원 20여 명이 단숨에 신청했다. 다만 북한의 초청장을 받는 데 3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선착순으로 10명이 확정됐다. 1명(50대)을 제외하고 모두 20, 30대의 젊은 직원이었다. 대부분 개성공단에 가본 적 없는 신입사원이다. 1인당 35만 원의 휴가 비용은 회사가 대기로 했다.

이 중 일부는 그동안 업무상으로만 접촉하던 북한 근로자들을 직접 만나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권재환 씨(27)는 “개성공단에 한 차례 가본 적이 있지만 북한 근로자들과는 업무 얘기만 했다. 일 걱정 없이 인간적으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안진현 씨(20)는 “그동안 전화로만 연락하던 북한 근로자를 만나러 간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현장을 다녀온 뒤 개성공단의 운명에 대한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말했다. 윤희정 대리(33)는 “개성공단이 당장이라도 폐쇄되는 것 아니냐는 남편과 가족의 걱정을 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윤수진 씨(29)는 “심지어 개성공단은 이제 못 가는 곳으로 알고 있는 친구도 있다”며 “현장을 직접 본 뒤 편견을 바로잡아주겠다”고 말했다.

송미정 계장(32)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곳보다 금강산과 개성관광이 중단된 현재의 북한을 가보는 게 의미 있는 휴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송 계장은 이번에 부부 동반 휴가가 성사되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내년에는 남편과 함께 가 아이들에게 들려줄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남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북 근로자들이 어울려 일하고 쉬는 모습을 들려주는 게 통일교육이니까요.”

부산=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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