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장관 개혁 싫으면 딴일 하라”

  • 입력 2009년 6월 26일 02시 51분


특목고와 대학입시제도 개혁안을 제시하며 사교육비 경감대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동아일보 자료 사진
특목고와 대학입시제도 개혁안을 제시하며 사교육비 경감대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교육개혁은 단계적으로 추진하면 효과 못거둬
靑과 교감없어… 교과부 꾸물거려 黨서 나선것”

■ 고강도 사교육 대책 추진 정두언 의원 ‘직격탄’

이명박 대통령이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강도 높게 주문하면서 한나라당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정두언 의원이 특수목적고와 대학입시제도 개혁안을 내놓으며 총대를 멨다. 정 의원은 지난달 18일 당정협의에서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학원 심야교습 금지 법제화가 좌초된 직후 “교육과학기술부의 반(反)개혁이 승리했다”면서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의) ‘사교육비 절감대책’을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렇게 되고 보니 오기가 생긴다”고도 했다. 한 달 남짓 만에 정 의원은 미래기획위의 안을 다시 들고 나왔다. 그사이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이 대통령이 사교육 대책의 지지부진한 상황을 지적하며 힘을 실어준 데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와 만난 정 의원은 “교육개혁은 단계적으로 가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서 “처음부터 제대로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내놓은 입시제도 개혁안이 ‘내신 파괴’에 가까울 만큼 파격적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것이다.

정 의원은 사교육비 절감 구상을 다시 내놓은 배경에 대해 “지난달 교과부에서 발표한 사교육 대책에 알맹이가 전혀 담기지 않으면서 ‘이명박 정부는 교육개혁 의지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지경이 됐다”며 “이런 상황을 놔둘 수 없어 다시 불을 지피게 됐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알맹이’란 학원 심야교습 금지 법제화와 같은 고강도 처방을 뜻한다.

‘사교육 시장에 굉장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더 은밀한 형태의 사교육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는 “사교육 시장이 반발할 것을 왜 미리 걱정하느냐”고 반문했다. 정 의원은 이 대통령이 교과부 관료들을 질책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해보지도 않고 걱정부터 한다는 얘기다. 그는 “외국어고는 외국어만 잘하는 학생을 뽑아야 한다. 전 과목 잘하는 학생을 왜 뽑느냐”면서 “거기 붙어 있는 사교육 시장이 반발하는 것이 두려워서 그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교과부에서 의지를 밝혀야 한다. (장관이) 교과부에서 교육을 개혁하기 싫으면 (나가서) 딴 일 하시면 된다”면서 안병만 장관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설에 대해서는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일 뿐”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사교육 개혁 필요성이 팽배해 있던 만큼 우연만은 아니다”면서 “이 대통령은 중산층이 무너지는 요인을 사교육비 탓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교육 시장을 개혁하면 양극화 완화와 공교육 정상화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내 교과위원들을 설득하는 일은 여전한 과제다. 지난달 교과위원들은 미래기획위의 사교육 절감대책에 부정적인 뜻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당시 (당에서) 미래기획위가 왜 나서느냐는 비본질적인 문제로 반발했다”면서 “미래기획위가 나서지 말라는 법도 없을뿐더러 여태까지 나설 곳이 안 나서니까 나섰던 것 아니냐. 절차가 문제라고 내용도 잘못됐다는 식은 순 엉터리”라고 비판했다. 또 “안상수 원내대표와 김성조 정책위의장에게 직접 설명했다. 긍정적인 답을 얻어가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민심이나 단기 실적에 따라 널뛰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방향을 정했으면 그 방향으로만 가야 하나. 중도실용은 서민 눈높이에 맞춰서 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핵심인 자율과 경쟁, 다양화를 서민의 눈높이에 맞춰 펼치면 된다”고 강조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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