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재 대표비서실장 美까지 갔지만…박근혜, 또다시 “NO”

  • 입력 2009년 5월 9일 02시 57분


‘김무성 추대’ 거듭 반대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7일(현지 시간) 현지로 찾아간 김효재 대표비서실장을 만나 친박(親朴·친박근혜)계 핵심인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합의 추대하는 방안에 반대한다고 거듭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9시 50분부터 10시 10분까지 20분 동안 숙소인 샌프란시스코 웨스틴세인트프랜시스 호텔에서 김 비서실장과 만나 단독 면담을 갖고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다. 지난번 원칙에서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고 김 비서실장이 전했다. 이에 앞서 박 전 대표는 6일 “당이 잘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지 당헌·당규를 어겨가면서 원내대표를 하는 것에 나는 반대한다”고 밝혀 김 의원의 원내대표 추대에 제동을 걸었다.

김 비서실장은 7일 오후 김 의원의 원내대표 추대 추진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급히 미국에 갔다. 김 비서실장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희태 대표는 (당 쇄신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은 성숙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박 전 대표가 허투루 말하는 분이 아니기 때문에 최종 통보로 알고 박 대표에게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당의 분열과 계파의 문제는 본질이 아니라는 생각”이라면서 “당이 어떻게 하면 잘하느냐가 본질”이라고 말했다. 면담에서는 향후 청와대와 내각 개편 때 친박계 인사를 일부 중용하는 방안을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과 박 대표의 비공개 당청회동에서 거론된 당내 화합책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11일 귀국 후 박 대표와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여권 지도부와 친박계 의원 일부는 김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은 지금 이명박 정권이 위기이며 당내 화합이 절실한 상황이어서 자신이 가교 역할을 맡아 계파 화합을 도모하고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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