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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3월 3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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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박희태 대표에 SOS… 老정객 달래기 진땀
초기 뇌중풍(뇌졸중) 증세로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순천향대병원에 입원했다가 이달 12일 3개월 만에 퇴원한 김종필(JP·83·사진)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가 서울 중구 청구동 자택에서 여전히 두문불출하고 있다.
29일 측근들에 따르면 JP는 입원 전의 90% 수준으로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인 몇 명을 제외하고는 외부 인사를 거의 만나지 않고 있다. 정치와 관련된 얘기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주변에선 그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JP는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그런 JP가 뭔가 심사가 뒤틀려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대선 후 JP가 이 대통령 쪽에 두세 차례 만나자는 뜻을 전했는데 그게 잘 안되자 둘의 관계가 꼬이기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JP는 인사 등에서 몇 가지 요청과 당부를 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JP와 가까운 다른 인사는 “정치권의 대선배가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도와줬으면 그에 대한 예우를 해주는 것이 도리 아니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가을 이후 JP 측의 이런 기류를 감지하고 요로를 통해 물밑에서 JP 달래기에 나섰으나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는 민주자유당 시절부터 JP와 가깝게 지내온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를 중재자로 내세워 화해를 모색했다. JP가 퇴원한 직후인 20일 박 대표가 청구동 자택을 찾은 것도 그런 차원에서다. 박 대표는 이에 앞서 JP 생일 전날인 1월 6일에도 청구동 자택을 직접 찾아 부인 박영옥 여사에게 당시 입원한 JP의 쾌유를 기원한다는 뜻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박 대표가 이처럼 공을 들이고 있지만 JP는 여전히 ‘꿍’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JP는 직접적으로는 아무런 말이 없다. 취재 요청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JP 측은 회동 불발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또 다른 JP 측 인사는 “두 사람의 관계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