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與 법안처리, 국민에 고통과 실망” 親李향해 포문

  • 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2분


5일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 오랜만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표(가운데)가 “(한나라당이 내놓은) 법안들이 실망과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며 당 지도부를 비판하자 박희태 대표(왼쪽)와 이상득 의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안철민 기자
5일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 오랜만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표(가운데)가 “(한나라당이 내놓은) 법안들이 실망과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며 당 지도부를 비판하자 박희태 대표(왼쪽)와 이상득 의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안철민 기자
朴, 6개월만에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 참석

“다수당으로서 큰 모습 못보여줘” 책임론 제기

親李“파행땐 뭐했나… 전형적 인기영합 발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5일 국회 파행 사태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국가 발전과 국민을 위한다면서 내놓은 법안들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점은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해 한나라당이 다시 내홍에 휩싸일 조짐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제가 당 대표 하던 시절 열린우리당이 ‘4대 악법’을 내걸고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강행처리하려고 했던 것이 안타까운 일들로 기억이 된다”며 “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통합을 위해서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한걸음 더 나아가 국민 앞에 큰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지난 선거에서 국민은 한나라당을 선택해 우리가 다수당이 되고 여당이 되도록 만들어 줬지만 이는 국회를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잘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책임도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박희태 대표 체제 출범 직후인 지난해 7월 30일 이후 6개월 만이다.

친이명박 대통령 계열인 주류 진영에선 이에 대해 “경선 후보 시절 자신의 공약을 부정하는 인기 영합주의적인 발언”이라고 맹비난했다.

익명을 요구한 주류 측의 한 초선 의원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 신문 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미디어법 개정안 등은 박 전 대표가 대선후보 경선 시절 공약한 것들과 거의 내용이 일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당이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법안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배에 물이 새는 상황에서 ‘나만 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했다.

주류 측을 대표하는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열린우리당은 사학법 등 민생과 무관한 이념 투쟁적 법안들을 강행 처리했던 것인데, 이번 85개 민생법안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한 것은 본질을 호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폭력으로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상황을 뻔히 알면서 원론적으로 대화나 하라고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언행으로 볼 수 없다”고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지금까지 강행처리를 주장했던 친박 진영의 의원들은 이날 박 전 대표의 발언 이후에는 톤을 바꿨다.

‘직권상정 약속을 지키지 않은 김형오 국회의장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당 홈페이지에 올린 친박 성향의 주성영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의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은 것이지 법안은 여야 합의로 원만하게 처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파문이 일자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에게 다시 확인한 결과 오늘 발언의 의미는 법안 자체가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법안을 처리하는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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