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터진 공정위 “정부입법 추진”

  • 입력 2008년 12월 17일 03시 03분


출총제 폐지-지주사 규제 완화 법안 처리 지연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산분리 완화와 관련해 의원입법 방식의 법 개정을 포기하고 정부입법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16일 “연내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한나라당을 통해 의원입법을 시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자체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진행 중인 관계부처 협의가 끝나는 대로 입법예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비금융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이르면 다음 주에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원래 공정위의 계획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한 뒤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지주회사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출총제 폐지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4월 중순 입법예고하고 7월 말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 구성이 지연되고 정쟁(政爭)으로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공정위의 계산이 어긋났다.

공정위는 순차적으로 법을 개정하겠다는 전략을 바꿔 출총제 폐지와 지주회사 규제 완화를 함께 추진하기 위해 지난달 말 한나라당에 의원입법을 요청했다. 이를 한나라당이 거절해 다시 정부입법을 추진하기로 한 것.

공정위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 자회사 소유를 허용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이미 의원입법으로 제출돼 있는데 형평을 맞추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를 거부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출총제 폐지 법안도 민주당의 반발로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입법예고를 해도 규제개혁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법이 국회에 제출되려면 3개월이 더 걸린다. 규제 완화가 지체되면서 애로를 겪는 것은 관련 기업이다. 출총제는 그동안 기업의 투자를 막아 온 대표적인 규제. 폐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대기업 계열사들은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지주회사로 전환한 SK그룹은 지주회사 규제가 완화되면 SK증권을 안 팔아도 되지만 내년 6월까지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팔아야 한다.

조만간 입법예고할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모펀드(PEF)의 의결권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어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 원활한 구조조정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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