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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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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절차위반-예산낭비 책임 감면
유동성 지원 - 구조조정 - 인허가 관련 업무 대상
공직자가 경제위기 극복 등을 위해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다가 불가피하게 절차 위반이나 예산 낭비의 잘못을 저지른 경우 책임을 감면해 주는 제도가 도입된다.
감사원은 10일 이 같은 내용의 ‘적극 행정 면책제도 운영 규정’을 감사원 예규로 명문화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감사원은 △금융기관의 여신(만기 연장 및 차환 포함) 및 보증 업무와 기업구조조정 업무 △금융 감독기관과 경제부처의 기업구조조정 업무 및 인허가, 예산 집행 관련 업무 등에 이 제도를 중점 적용하기로 했다.
감사원이 ‘적극 행정 책임 감면’ 제도를 도입한 것은 급격하게 몰아닥친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보신주의에 빠져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지 않는 공직자와 금융기관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경제부처와 금융기관 등에는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 등의 업무를 한 담당자들이 사후에 책임을 졌던 사례들이 회자되며 ‘적극 나서 봐야 손해만 본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날 감사원이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초래된 최근의 경제난을 조기에 타개하기 위해서는 공직자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업무 추진이 무엇보다 긴요하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기업 및 대민 지원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나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라도 사심 없이 순수한 동기에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한 경우라면 크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감사 과정에서 피감사자가 면책을 주장할 수 있도록 ‘면책 신청제도’를 별도로 운영할 방침이다.
감사원은 이날 책임을 감면 받을 수 있는 적극적인 업무 사례로 네 가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우선 경제난 타개를 위해 손실 발생 위험이 있음에도 기업 유동성 지원 및 구조조정 업무를 적극 추진한 경우다.
또 하위 규정 개정이 지연되는 상태에서 이미 개정된 상위 법령의 취지대로 예방적 조치를 취한 경우에도 책임을 크게 묻지 않는다는 것.
국민 고충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정당한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관련 법령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경우, 인허가 및 승인 업무에서 본질적 요건을 충족한 민원에 대해 사후 보완을 전제로 인허가 및 승인 처분을 한 경우도 책임 감면의 대상이다.
물론 책임을 감경 받으려면 관련 업무에서 개인 비리가 없어야 한다. 법령 규정과 어긋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할 필요성, 일처리 과정에서의 투명성 및 시급성 등도 전제돼야 한다.
한편 감사원은 대민 업무를 늑장 처리하거나 별다른 사유 없이 반려 및 거부하는 공직자에 대해서는 징계권을 최대한 발휘해 처벌하기로 했다.
감사원 남일호 사무총장은 “공직자의 소극적 업무 처리 및 보신에만 신경을 쓰는 행태를 척결하고 적극 행정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감사 초점을 바꾼 것”이라며 “지금까지 내부적으로 운영하던 책임 감경 제도와 달리 적용 대상, 요건, 절차 등을 구체화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