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명단 내놔라” “안된다”…건보 국감 ‘직불금 삿대질’

  • 입력 2008년 10월 20일 20시 12분


20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는 쌀 소득보전 직불금 수령자 명단 공개를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이 날선 공방을 벌이는 바람에 파행을 거듭했다.

오전 10시 40분경 건보공단 업무보고가 끝난 직후 양승조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감사원이 공무원 신분 확인을 요청하면서 공단에 넘겨준 105만 명의 쌀 직불금 수령자 명단을 제출하라"며 요구했다.

정형근 건보공단 이사장은 명단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영장이 없으면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고 맞섰다.

공방이 이어지자 변웅전 위원장이 두 차례 정회를 선포했고, 여야 의원들은 명단 공개 대신 열람에 합의했다.

그러나 정 이사장이 정보 열람도 거부하자 건보공단 3층 전산실 앞에서 열람을 기다리던 민주당 의원들은 "의원 시절 자료를 그렇게 많이 요청했던 인물이 왜 이러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국회의원 시절 개인정보 공개를 요청했던 적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오후 3시 10분경 국감이 속개된 후 민주당 의원들의 정 이사장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송영길 의원은 "양당 간사가 합의한 사항을 피감기관의 장이 거부하는 것은 내 국회의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정 이사장은 "그렇게 말하지 마라"고 맞섰다.

그러자 같은 당 백원우 의원은 볼펜을 책상 위에 내던지고 정 이사장에게 삿대질을 하며 "천하의 정형근이 왜 그렇게 비겁한 정치인이 됐느냐"며 고성을 질렀다.

이에 맞서 윤석용 한나라당 의원은 백 의원에게 "당신만 국회의원이냐"며 정 이사장을 옹호했다.

이 날 건강보험 국감이 '직불금 국감'으로 변질되면서 건강보험 재정과 운용의 문제점 등 정책에 대한 국감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감사원은 "건보공단에 남아 있는 명단(약 40만 명)은 쌀 수매와 비료 구매 실적이 반영되지 않아 실경작자도 포함돼 있는 기초 자료에 속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감사원은 "건보공단에서 자료를 넘겨받아 쌀 수매와 비료 구매자 명단과 비교해 직업이 있으면서도 실제로 경작을 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를 17만 명으로 추산했다"고 덧붙였다.

<20072005|김현지기자 nuk@donga.com>20021036|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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