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춘 北 외무상일행 ‘김정일 건강식’ 챙겨 귀국한 까닭은?

  • 입력 2008년 10월 20일 02시 56분


“대사관 직원들 캐비아 구하려 러 남부 출장”

朴외상 짐 50kg 기준초과해 통관 실랑이도

모스크바를 공식 방문했던 박의춘 북한 외무상이 1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캐비아(철갑상어 알을 소금에 절인 식품) 등 고급 식품을 챙겨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박 외상은 이날 오후 8시 20분경 주러 북한 대사관이 사용하는 벤츠 승용차를 타고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귀빈실 앞에 나타났다. 그가 타고 갈 베이징행 비행기가 출발하기 2시간 전이었다.

박 외상이 탄 승용차가 귀빈실에서 10m 떨어진 지역에 도착하자 공항에서 대기하던 북한 대사관 직원 30여 명이 그를 둘러싸 10여 초 만에 귀빈실 안으로 안내했다.

박 외상을 수행하던 한 북한 관리는 외신 기자들의 접근을 막으며 “외상 동무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미리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와는 잘됐다. 남북관계 악화와 6자회담에 대해서는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외상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도 만났느냐” 등의 질문이 쏟아졌으나 이 관리는 “말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북한 관리와 외신 기자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북한 대사관 직원들은 박 외상 일행이 북한으로 가져갈 짐을 날랐다. 화물로 부칠 짐들은 흰 종이 박스로 포장돼 있었다.

일반인의 출입이 차단된 귀빈실 안의 간이수속실 창구 앞에는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40여 분간 짐들을 옮겨놓아 수북이 쌓였다.

창구 앞에서 짐을 점검하던 러시아 아예로플로트 항공사 직원들은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돌아가는 박 외상 일행의 짐이 기준(1인당 20kg)을 초과했다고 알려줬다.

귀빈실 밖으로 나온 한 직원은 기자들에게 “북한 외교관들이 캐비아, 절인 오이, 양주 등을 잔뜩 가져왔는데 초과 운임요금을 안 물어 통관 수속이 지체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요리사로 일했던 후지모토 겐지 씨 등의 증언에 따르면 캐비아는 김 위원장이 평소 즐겨 먹는 고급 요리 가운데 하나다. 특히 러시아산 블랙 캐비아는 품질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김 위원장이 2001년 7월 러시아를 방문했을 당시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20여 일간 김 위원장을 직접 수행했던 콘스탄틴 풀리콥스키 전 러시아 환경기술원자력 감독처장은 자신의 저서 ‘동방특급열차’에서 “김 위원장이 절인 오이를 좋아해 그가 북한으로 돌아갈 때 직접 선물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날 북한 외교관을 만났던 공항 직원들은 “초과 운임을 kg당 15유로에서 5유로로 할인해 주겠다고 했는데도 북한 관리들이 기준을 초과한 50kg에 대해 공짜로 해 달라고 억지를 부렸다”고 귀띔했다.

한 소식통은 “북한 대사관 직원들은 박 외상이 모스크바에 도착한 14일 이전부터 철갑상어 알을 구하기 위해 러시아 남부 지방 등지로 출장을 다녀왔으며 북한 대사관이 운영하던 자금 중 상당액을 선물 준비에 미리 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특별취재팀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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