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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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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당국 “홈피에 비밀방 만들어 이적 활동”
실천연대 “인트라넷으로 사업의견 나눈 것”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실천연대)의 핵심간부들을 구속한 국가정보원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공상훈)는 이 단체가 공개적으로는 남북교류협력 활동을 해 온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치밀하게 이적활동을 해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안당국은 실천연대가 통일부의 승인을 받고 북한 측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지령을 받았으며, 이를 순차적으로 실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직간접 지령의 실천=공안당국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2004년 12월 22,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남한 ‘6·15 남북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통일연대)’와 북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간의 회의다.
강진구(구속·40) 실천연대 조직발전위원장은 통일연대,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관계자 등 6명과 함께 베이징의 ‘묘향옥’에서 북한 민화협 간부이면서 통일전선부 소속 이창덕(40), 김지선(52) 씨 등 4명과 2, 3시간 동안 비공식 만남을 가졌다.
강 씨는 이 씨 등에게서 △주한미군 철수 운동 단체의 결성 △김정일 정권을 비판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 응징 △김일성을 본받아 대중 속에서 활동할 것 등의 내용을 전달받았다.
강 씨는 귀국 즉시 베이징에서 나눈 말들을 ‘북경 실무회담 대화록’으로 작성한 뒤 최한욱 실천연대 집행위원장의 e메일 계정을 통해 실천연대 전국 지부에 전파했다.
공안당국은 실천연대가 북한의 이 지령에 따라 2005년 2월 홍익대에서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주한미군 철수, 연합, 연방제 통일 조항을 삽입하는 등 강령을 개정했으며 ‘미군철수남북공대위’ 결성을 강하게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안당국의 분석 결과 이 단체는 북한 정부의 신년메시지 등을 간접 지령으로 받았다.
2004년 북한이 “우리 민족제일주의 기치 밑에 민족공조로 자주통일의 활로를 열어나가자”고 신년메시지에서 밝히자 실천연대는 홈페이지에 “우리 민족제일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고 민족공조로 조국 통일전선에서…”라고 작성해 ‘총노선’으로 게재했다.
▽치밀한 비밀활동=실천연대는 자신들의 활동이 공안당국에 노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 내 비밀 사이트인 ‘집행위방’에 컴퓨터 파일 및 사용 기록을 완전히 삭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사용설명서, 설치파일을 첨부해 게시했다고 한다.
또한 실천연대 소속 최모 민권연구소 상임위원은 ‘김선주’라는 명함을 사용하면서 ’강○○’이라는 이화여대 학생증에 본인 사진을 붙여 다녔으며 송모 씨 등 실천연대 간부들도 가명과 가짜 신분증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압수된 한 활동가의 수첩에는 “진행되는 모든 일정과 내용은 일절 비밀로 한다. 학교, 학번, 이름, 고향에 대해 묻거나 답하지 않는다. 고속버스, 기차표는 현금으로 산다”라는 내용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편 실천연대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적단체 구성’ 혐의에 대해 “북측 지령에 따라 반미투쟁을 본격화한 것이 아니라 남한 민심에 따라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홈페이지의 ‘비밀 방’에 대해서는 “구성원들끼리 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인트라넷’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