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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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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부터 반성해야 한다. 원(院) 구성 난항에서 이번 사태에 이르기까지 당 지도부는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박희태 전 의원을 총선 공천에서 탈락시킨 것과 그를 당 대표로 뽑은 것 둘 중 하나는 분명히 잘못됐다. 그로 인한 원외 당 대표의 한계가 뚜렷하다. 원내에서 의원들을 결속하면서 대야(對野)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홍준표 원내대표는 전략 부재에다 불쑥불쑥 튀는 언행으로 동료 의원들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 이런 지도력으로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포스트 이명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박근혜 정몽준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몇몇 인물을 중심으로 물밑 이합집산이 벌어지고 있는 데다, 최근엔 ‘PK(부산·경남) 차기주자론’과 이를 뒷받침할 결속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10년 만의 정권 교체에 따른 막중한 소임을 잠시도 잊지 말아야 할 한나라당이 겨우 집권 7개월에 ‘차기’를 둘러싸고 내부 분열을 보인다면 문제 해결 능력을 상실해 소수 야당에 시종 끌려갈 수밖에 없다.
소속 의원들의 책임의식 부족도 문제이다. 지난 총선 공천을 거치면서 의원들 사이에는 “역시 믿을 곳은 지역구뿐”이라는 의식이 넓게 퍼져 있다고 한다. 지역구를 잘 챙겨야 공천받기가 쉽고 설사 못 받더라도 살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지역구에 가 있느라 국회 표결에 불참한다는 것은 본말전도(本末顚倒)의 극치다.
한나라당이 지도부의 무능과 당내 분파주의, 구성원들의 각자도생(各自圖生) 행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성공한 정권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정권교체를 이뤄준 국민을 배신하는 일이자 정권 재창출을 멀어지게 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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