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급변 대비’ 군사-외교조치 마련 가속도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9월 13일 01시 54분



■ 한미 작계5029 사실상 합의

‘개념’서 격 높여… 내달 안보협의때 보고

“현 상황선 北자극할 필요없어” 신중론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으로 인한 북한 통치체제의 유동성이 커지면서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북한의 미래를 상정한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2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에서 있었던 한미 안보협의에서 미 측은 한반도 통일 이후 중국을 겨냥한 완충지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북한은 중국과 서방권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그런 만큼 미 측이 통일 이후를 상정한 완충지대를 거론한 것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으로 인한 북한의 체제붕괴 등 한반도 통일 상황이 그만큼 앞당겨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오래전에 예정된 안보협의였지만, 이 자리에서는 한미 간 김 위원장의 건강 관련 정보가 오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 위원장은 모든 사안의 결정권자인 만큼 한미 간 정보공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의 군사적 대비책인 ‘작전계획(작계·OPLAN) 5029’ 작성 작업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북한 급변사태의 경우 단순한 행정적 절차보다 군사적 외교적 조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미 군사 당국은 한미 연합계획인 ‘개념계획(CONPLAN) 5029’를 ‘작계 5029’로 전환해 다음 달 17일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와 군사위원회(MCM)에 보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념계획 5029’는 1996∼1997년 북한 붕괴가 임박했다고 판단한 미국 측의 문제 제기로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에 만들어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고 변고 등 크게 5가지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로 구성돼 있다. 가령 북한 내 쿠데타 등으로 내전사태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한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봉쇄하고, 북한 정권이 통제력을 잃어 쿠데타 세력이 대량살상무기를 탈취하거나 북한 외부로 반출하려 할 경우 한미 특수부대를 투입해 제압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한다.

다소 추상적인 ‘개념계획 5029’에 비해 ‘작계 5029’는 병력 동원·배치 계획 등 군사력 운용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2004년 미 측 주도로 추진됐으나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주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해 추진이 중단됐다.

하지만 ‘작계 5029’는 ‘북한의 핵무기 유출을 상정한 대북 군사적 선제공격’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추진 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작계 5029를 현 시점에서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지금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고 북한이 급변사태라고 보기도 힘든 만큼 사태의 변화를 관찰해 나가면서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군을 포함한 한미 연합병력의 북한 내 작전수행을 우려하는 중국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 강화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5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 군사동맹은 냉전시대의 유물”이라며 한국의 안보기조를 힐난한 것은 중국의 시각을 반영한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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