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정씨 비례대표 공천확정때“문국현대표 최종회의 참석”

  • 입력 2008년 9월 10일 03시 02분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9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9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 법원, 공천개입 내용 판결문에 적시

후보명부 제출 전날 黨간부들과 조율

李씨, 순번놓고 수차례 文대표와 통화

“2번 주겠다” 언질 받고 당에 6억 입금

창조한국당에 ‘공천 헌금’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한정 의원에 대한 판결문에서 법원이 문국현 당 대표가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을 적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9일 본보가 입수한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창조한국당이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기 전날인 3월 25일 문 대표는 오후 9시부터 밤 12시까지 3시간가량 송영 공천심사위원장, 신효중 총선기획단장, 전재경 특보단장 등과 공천 대상자 명단을 최종 조율했다. 이 회의는 당 공심위 활동이 끝난 후 열린 것이다.

법원은 이 의원이 당 공천 심사 마지막 날인 3월 25일까지 당에 이력서를 제외한 다른 관련 서류를 내지 않았지만 이 자리를 통해 비례대표 2번으로 확정됐다고 판시했다.

문 대표는 지난달 20일 CBS라디오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9차례의 소환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나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나는 은평 지역에서 출마해 후보로 뛰었던 사람”이라며 “직접 관여되지 않은 일을 나에게 묻는다면 ‘모른다’는 얘기밖에 못한다”고 말하는 등 그동안 공천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의원이 사전에 문 대표를 만나 “비례대표 2번을 주겠다”는 언질을 받은 뒤 6억 원을 당에 입금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이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문 대표를 만나거나 전화로 비례대표 2번과 3번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문 대표는 3월 1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 의원을 만나 비례대표 3번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2번을 강력히 주장하자 문 대표는 “그럼 좋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잘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후보 공천 마감 직전인 같은 달 23일 문 대표는 이 의원에게 3차례 전화를 해 “2번을 주기로 했다. 열심히 해보자. 내일 만나자”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24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이수원 재정국장 및 전재경 특보단장 등과 함께 이 의원을 만났다.

이 의원을 만나기 전 이 국장 등과 당의 대선채무 잔액, 총선자금 집행 등을 논의하던 문 대표는 이 의원이 도착하자 “2번을 주겠으니 나를 도와 달라”고 말하고 먼저 자리를 떴다. 이후 이 자리에서 이 재정국장은 이 의원에게 “2번 확정을 축하한다. 비례대표 3번이 5억 원을 냈으니 5억5000만 원을 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후보 등록 직전까지 이 의원이 돈을 보내지 않자 이 재정국장은 25, 26일 10여 차례 이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왜 약속한 돈을 입금하지 않느냐. 돈을 내지 않으면 비례대표를 취소하겠다”며 입금을 독촉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문 대표가 공천뿐 아니라 돈 문제도 직접 챙긴 정황을 제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당 총무국장이 다른 당직자에게 보낸 e메일에는 ‘(문 대표가) 총선 예산과 관련해 사전 보고나 협의 없이 상임위에 (안건이) 올려진 것에 대해 심한 불만과 질책을 본인에게 표함’ ‘일단 예산은 대표님 확인 사항’이라고 돼 있다.

한편 이 의원은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에 순차적으로 비례대표 공천을 타진한 뒤 여의치 않자 문 대표를 만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의원은 1월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의 특보인 이모 씨, 2월 통합민주당 임모 조직국장, 3월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의 형 손모 씨 등에게 각각 비례대표 공천을 타진했지만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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