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불능화 중단… 원상복구 고려”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8월 27일 02시 56분



후진타오 방한 - 美민주 전당대회- 6자회담 5주년 맞춰 선언 파장

北외무성 “美, 테러지원국 삭제 합의 어겨”

“北 약속 지키면 美도 지킬 것”


북한 외무성은 26일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지 않음으로써 10·3합의를 위반했다”며 “그 대응 조치로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를 중단하고 원상 복구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6자회담 틀 내에서 진행되던 북핵 검증 절차를 거부하고 다시 핵시설 가동 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출범(2003년 8월 27일) 5년을 맞은 북핵 6자회담도 좌초 위기를 맞게 됐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이 6자회담 10·3합의 이행을 거부함으로써 조선반도(한반도) 핵문제 해결에 엄중한 난관이 조성됐다”며 “미국이 합의사항을 어긴 조건에서 부득불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성명은 특히 “10·3합의에 따라 진행 중에 있던 우리 핵시설 무력화(불능화) 작업을 즉시 중단하기로 했다”며 “이 조치는 14일 효력이 발생됐고 이미 유관 측(미측 등)들에게 통지됐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우리 해당 기관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영변 핵시설들을 곧 원상대로 복구하는 조치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북한 군부 등의 강력한 반발이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22일 뉴욕 채널을 통한 북-미 접촉에서 미국이 제시한 검증방안에 대한 수용 불가 방침을 선언한 것이어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것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는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북한 외무성 발표가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및 한중 정상회담 다음 날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성명 내용만으로 보면 6자회담 성과로 인정돼 온 북핵신고서 제출, 냉각탑 폭파 등으로 이어지던 핵 불능화 작업이 원천 무효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 조치 중단을 선언한 데 대해 “북한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은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핵 폐기 검증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며 “북한이 약속을 지킬 경우 미국도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10·3합의::

북한 핵문제 6자회담 참가국들이 지난해 10월 3일 ‘북한이 2007년 12월 31일까지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를 마무리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한 것을 말한다. 합의문은 그 대가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절차에 착수하도록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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