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박희태 체면세우기’ 뒤늦은 배려

  • 입력 2008년 7월 25일 02시 59분


대북특사 구상 바로 거부… 논란되자 “환경 된다면…”

대북특사 문제를 놓고 정부와 여당의 소통 부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발단은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이 23일 기자회견에서 “박희태(사진) 대표는 한나라당에 계신 훌륭한 정치인을 대북특사로 파견하도록 대통령께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불과 몇 시간 후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박 대표의 구상을 사실상 거부했고, 박 대표는 24일 오전 한 라디오에 출연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을 뺐다.

대북특사와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통령과 당 대표, 대변인의 엇박자가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노출된 것. 대통령은 당 대표를 무안하게 만들었고, 당 대표는 대변인이 거짓 브리핑을 한 것처럼 만들었다. 여권의 소통 부족을 반증한 것이다.

당내에선 가뜩이나 원외여서 힘이 실리지 않는 박 대표를 이 대통령이 도와주기는커녕 눈에 띄게 홀대함으로써 더욱 힘을 빠지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을 통해 “집권 여당으로서 충분한 협의 후 이런 아이디어가 건의되는 게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비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든다”며 “대통령도 즉각 거부보다 종합적 판단 이후 결정해 보자는 식으로 했다면 좀 더 소통이 원활해지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곤경에 처하자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대북특사는 새 정부의 구상에 있는 것으로, 현 시점에서는 적절하지 않지만 (남북) 대화의 환경이 조성되는 시기가 되면 이뤄질 수 있다”며 박 대표의 얼굴을 세워줬다.

한나라당은 당-청 조율을 강화하기 위해 대통령과 당 대표 간 정례회동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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