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의 각종 의혹을 풀어줄 객관적 물증의 하나로 주목받아온 북측 군사경계지역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는 80GB(기가바이트) 메모리 용량 제품이어서 한 번 작동하면 최대 일주일간 녹화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북측이 방북했던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 일행에게 “사건 당시 CCTV는 작동되지 않았다”며 녹화 자료 요청을 거부해 이 CCTV를 둘러싼 남북 간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 측은 15일 “문제의 CCTV는 국내 FI전자에서 생산한 ‘프리마1212DVR’ 제품이며 그 안의 카메라는 삼성전자에서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FI전자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CCTV가 관측할 수 있는 폭은 약 70도”라며 “질 좋은 화면으로 촬영하면 3∼4일, 다소 질 낮은 화면으로 촬영하면 7일간 메모리칩 교체 없이 작동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CCTV를 정상 가동했다면 이번 사건의 핵심 의혹인 고 박왕자 씨의 이동 경로나 시간 등이 녹화됐을 가능성도 있다.
북측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이 2005년 7월 관광객의 금강산해수욕장 야영을 허용하면서 현대아산 측에 요구해 받은 이 CCTV를 작동하지 않았다면 북한 당국도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