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北에 언제까지 퍼주고 뒤통수 맞을 건가

  • 입력 2008년 7월 13일 22시 51분


북한은 금강산 총격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남한 정부의 현장조사를 거부했다. 북은 거꾸로 남측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북의 이런 태도에 비추어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의도적인 도발이라는 의심마저 든다.

그날 새벽 일출을 보러 나왔다가 피격 현장을 직접 봤다는 대학생은 “해변에는 나를 포함한 5명 정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해변에서 관광객 5명이 산책을 하다가 총을 쏜 북한군 3명을 육안으로 목격할 정도였다면 북한 군인들도 여성 관광객이 길을 잘못 들어 북한군 경계지역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조준 사격을 한 것은 초병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총격이라고 보기 어렵다.

김홍술 목사는 작년에 금강산 해변에서 철조망을 넘어 북한군 경계지역에 들어갔으나 북한군이 신분을 확인한 뒤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북한군이 관광객을 보호하려는 생각이 조금만 있었더라도 이번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북측이 한국인 관광객을 붙잡아 조사할 수 있었는데도 총부터 쏜 것은 2004년 체결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 위반이다.

진상을 밝히기 위한 현장조사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그런데도 북의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은 “사고 경위가 명백할 뿐 아니라 현대아산 측과 함께 현장도 확인했다”면서 우리 정부의 현장조사 요구를 거부했다. ‘사고 경위가 명백하다’면 현장조사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북한의 책임 있는 당국자가 공식적으로 잘못을 빌고 재발방지를 약속해도 모자랄 판에 관광사업기구에 불과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이 나서는 것도 우리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북은 관광객에게 총질을 한 바로 그날 이명박 대통령의 전면적 대화 제의를 ‘가소로운 잔꾀’라며 코웃음 쳤다. 이 대통령의 대북 대화 제의 거절과 관광객 조준사살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닌가. 남북이 직접 접촉하는 개성공단과 금강산에서 긴장을 조성해 남한 정부를 압박하려는 전술일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마저 이렇게 믿을 수 없는 북에 끌려 다니기로 마음먹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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