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靑-정부에 “눈높이 맞춰라” 잇단 강조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14분


국민과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에는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무위원들이 미국산 쇠고기 재수입과 관련한 광우병 논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등에 대해 전문 용어를 섞어가며 원인과 향후 전망 등을 보고하자 “그렇게 얘기를 하면 국민이 제대로 알아듣겠느냐”고 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14일 자문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 위원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도 “정책을 만들고 전달할 때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이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16일 일선 세무서장 190여 명과의 청와대 만찬에서는 “고객인 납세자들이 못 느끼면 여러분이 아무리 잘하자고 해도 소용이 없다. 어떻게 하면 기업과 국민이 감동받을까를 늘 염두에 두고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의 20일 회동 장소도 청와대가 아닌 국회로 정하기를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이 대통령은 ‘국민의 비판이 커지고 국민이 정부를 야단치는 상황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야당 대표를 만나 협조를 구하는데 청와대로 부르는 게 말이 되느냐.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 가서 야단을 맞아야지, 야단을 맞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라며 국회에서 손 대표를 만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측은 당초 국회 귀빈식당을 예약까지 해두었다. 하지만 손 대표 측의 요구로 회동 장소를 청와대로 옮겼다는 것.

이 대통령은 최근 말을 하기보다는 듣는 시간이 더 많다고 측근들이 전하고 있다. 20일 손 대표와의 회동에서도 모두 2시간가량의 회동 중 1시간 반을 손 대표가 말할 정도로 이 대통령은 주로 들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의 눈높이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에게서 많은 얘기를 들어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인 것 같다”면서 “외부인을 만날 때마다 이 대통령은 조금이라도 더 듣기 위해 자신의 발언은 물론 청와대 관계자들의 발언까지 가급적 줄이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회동에 배석한 차영 통합민주당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의 자세가 쇠고기를 통해 달라졌다는 느낌이었다”면서 “대통령을 만나 국민의 뜻을 전달한 것이 소통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었고, 이 대통령도 경청 자세였다”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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