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회동 ‘당대표직 제의’ 진실은?

  • 입력 2008년 5월 14일 02시 59분


청와대“黨을 맡아달라고 구체적으로 제의”

친박측“黨구심점 얘기에 대답 안했다더라”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박근혜 전 대표와의 단독 회동에서 당 대표직을 제의했으나 박 전 대표가 고사했다는 청와대의 발표가 진실게임 2라운드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청와대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던 박 전 대표 측 관계자가 13일 “박 전 대표가 ‘대통령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밝힌 데 이어 청와대가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구체적으로 ‘당을 맡아 달라’고 제안했다”고 공개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박 전 대표가 제안 받았다고 했다”

친박근혜계 관계자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회동 후 일부 측근에게 “대통령이 ‘당의 구심점이 돼서 복당 문제도 해결하시라’고 말했으나 직접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답변을 안 한 이유로 “복당 문제가 해결되면 전당대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의 제의가 무의미했고 답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친박의 핵심 의원은 “박 전 대표로부터 정말 그런 얘기를 못 들었다. 박 전 대표는 거짓말을 하거나 복선을 깔고 말할 만큼 복잡한 사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친이명박계 관계자는 “친박 인사들은 대통령 말은 무조건 곡해하거나 부정하는 행태를 당장 그만두라”고 비판했다.

친박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나온 내용은 박 전 대표에게 보고됐다. 아직 직접 반응은 없다”고 말했다.

○ “대통령은 ‘당을 맡아 달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초 이 대통령은 ‘당의 구심점’이 돼 달라는 정도가 아니라 ‘당을 맡아 달라’는 식으로 더 구체적으로 제안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은 ‘당을 맡아 달라, 대표에 출마하면 자연스레 반 이상 지지가 되지 않겠느냐’면서 (이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지지하겠다고 하지는 못해도 그런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회동 직후 이 대통령은 이 사실을 참모들에게 전했고 언론에 공개하려 했으나 “박 전 대표가 얘기를 안 하는데 공개하면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 일단 놔두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는 것.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박 전 대표의 발표 내용이 실체와 좀 달라도 참으려 했으나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던 데다 친박 의원들이 대통령을 능멸하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11일 호주로 출국하는 길에 인천공항 간담회에서 “(친박 일괄 복당에 대해) 5월까지 가부간에 결정을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을 보고받은 이 대통령도 “좀 심하지 않으냐”고 불편한 심경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과 참모들의 논의 과정에서는 “입당 신청도 안 한 사람들을 5월 말까지 복당시키라고 하는 박 전 대표는 대통령을 무시하는 것이냐”는 비판도 나왔다고 한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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