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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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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부 출범 두달 되도록 ‘혼선’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가 출범한 지 2개월에 이르도록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가 생산한 각종 문서를 넘겨받는 문제를 놓고 여전히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최근 지인들에게 “지난 청와대가 남긴 자료 중 쓸 만한 게 없다”는 취지의 고민을 털어놨다고 한다. 대통령실 산하 각 수석비서관실은 이전 청와대의 해당 분야 관계자들을 접촉해 ‘쓸 만한 문서’의 존재 여부 등을 수소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작 필요한 게 없다”=적지 않은 청와대 관계자들은 “들어와 보니 청와대 인트라넷인 ‘이지원’의 매뉴얼 책자 정도만 남아 있더라”는 불만을 종종 토로한다.
한 비서관은 22일 “5년간 축적했을 각종 위기대응 시스템이나 업무 지침서 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혀를 찼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총선 후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된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검토하려 해도 자료가 남은 게 별로 없더라”라며 “수소문 끝에 해당 부처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공기업 기관장 등 대대적인 인사를 앞두고 노무현 정부 때 구축한 방대한 분량의 인사 파일이 경기 성남시의 대통령기록관에 사실상 ‘봉인’된 데 대한 불만도 폭발하고 있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주도해 작성한 청와대 인사 파일은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의 복합적 검증을 거쳐 중앙인사위원회 자료보다 효율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대해 노무현 정부 때의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이 당선인 측에 인사 파일 제공 의사를 타진했으나 거절해 관련법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 청와대 측은 “(기록관으로 넘기면) 자료 열람을 위해 국회 동의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문서 이관은 정권인수 과정으로 봐야”=청와대 측은 이런 상황에 대해 “인수위 시절 노 전 대통령 측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청와대 차원의 업무보고 대신 수석비서관실별로 각각 업무를 인수하자고 요청했지만 노무현 정부가 이를 거절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인수인계를 위한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어 비서관실별로 업무 인수인계를 할 수 있도록 1년간 준비했다. 요청이 있었으면 얼마든지 협조했을 것”이라며 “이지원에서 출력한 인쇄물을 없앴다는데 그것은 파쇄지 파기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현 청와대 측도 기록에 대한 전통이 약한 우리 문화에서 ‘문서 이관=정권 인수’라는 데 대한 상호인식 부족과 커뮤니케이션 부재가 낳은 혼선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이나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 등을 고쳐 문서 이관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