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들에 과거사 정직하게 가르쳐야”

  • 입력 2008년 4월 22일 02시 52분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일본의 민영방송 TBS의 ‘일본 국민 100인과의 대화’에 출연해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대통령의 연애 시절 이야기부터 양국 간 현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도쿄=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일본의 민영방송 TBS의 ‘일본 국민 100인과의 대화’에 출연해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대통령의 연애 시절 이야기부터 양국 간 현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도쿄=연합뉴스
李대통령 ‘日국민과 대화’ TV출연

‘슈퍼 샐러리맨’ 비결 묻자

“조직 먼저 생각 최선 다했을 뿐”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일본 민영방송 특별 프로그램 ‘일본 국민 100인과의 대화’에 출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도쿄 아카사카(赤坂)의 TBS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사전 녹화에서 고교생, 대학생, 샐러리맨, 전문직 종사자 등 일본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국민 100명과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이 프로그램은 TBS 메인 뉴스 프로그램 ‘뉴스 23’의 특별판 형식으로 이날 오후 10시 50분 일본 전역에 방송됐다.

프로그램은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과 질의응답, 일본 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의 순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어린 시절의 꿈, 부인 김윤옥 여사와의 인연, 샐러리맨으로 성공하는 비결 등에서부터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가능성 등 다소 무거운 주제까지 질문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는 다르다”며 “후손에게도 (역사를) 정직하게 가르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원인에 대해서는 “일본 정치가는 아시아 국가가 어디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배려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좋겠다”고 일침을 놓았다.

일본인들의 주요 관심사인 납치피해자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일본의 처지에서 납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며 “남북대화 때 일본의 관심사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슈퍼 샐러리맨’으로 불린 비결로 “자신보다 조직을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한 참석자가 김윤옥 여사에게 “남편으로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겠느냐”고 물은 결과 김 여사가 95점을 준다고 하자 “기대보다 점수가 작다”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 대통령에 앞서 빌 클린턴(1998년 11월) 전 미국 대통령, 주룽지(朱鎔基·2000년 10월) 전 중국 총리, 노무현(2003년 6월) 전 대통령, 앨 고어(2007년 1월) 전 미국 부통령, 토니 블레어(2008년 3월) 전 영국 총리가 같은 포맷으로 진행된 TBS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바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비즈니스 프렌들리 日기업도 동참을”

李대통령, 경단련 오찬… 日기업인 “明사마 붐 불게 노력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경제인들을 만나 한국의 부품소재산업 육성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21일 도쿄(東京) 데이고쿠(帝國) 호텔에서 경단련(經團連) 초청 오찬간담회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초의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취임한 지 두 달이 채 안 됐지만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친기업)’ 노선이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변화의 물결에 일본 기업인 여러분도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한국 정부도 일본기업전용공단을 만들고 공장용지도 값싸게 공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일본인 한 여성 기업인은 “중소벤처기업에 신경을 써 주면 ‘명사마 붐’이 일어나도록 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간담회에는 한국 측에서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등 경제5단체장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 LG그룹 구본무 회장, SK 최태원 회장, 김관용 경북지사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경단련 회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동포참정권 李대통령, 日에 적극 노력 요청

한일 국민간 ‘소통’ 위한 필수요소 판단

이명박 대통령이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와의 21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인적교류 대폭 확대에 합의함으로써 재일동포 참정권 문제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일 간 인적 교류가 연간 500만 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양국 정상은 이날 △취업관광사증프로그램 참가자 대폭 확대 △대학생 교류사업 새롭게 실시 △한일 신시대 공동연구 프로젝트 개시 등에 합의함으로써 두 나라 시민사회 간 교류 대화를 적극 확대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재일 한국인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를 위해 일본 측이 적극 노력해줄 것을 요청한 데는 인적 교류 확대와 재일 한국인의 지위 강화가 ‘양 국민 간 소통’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요청에 후쿠다 총리는 “국회 등에서의 논의 향방을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여 나가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재일 한국인 영주권자에게 지방자치단체장과 의회 의원의 선거권을 부여하는 지방참정권 획득은 1988년 3월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이 운동 추진 방침을 결정한 이래 민단의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돼 왔다.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야당인 민주당 지도부는 참정권 부여에 적극적이나 민주당 내 일부 및 자민당 내 다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특히 일부 자민당 보수파 의원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총련) 동포의 발언권 확대와 재일동포의 결집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왕방한 李대통령 “방문 못할 이유 없다”

일왕 부부 면담자리서 한국방문 초청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데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 내) 정치인들은 가끔 거북한 발언(망언)을 하지만 일일이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일왕의 방한과 관련해 ‘일왕’ 대신 ‘천황’이란 표현을 쓰면서 “사전에 얘기하는 것은 예의에 맞지 않지만 일본 천황이 굳이 한국을 방문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아키히토(明仁) 일왕과 미치코(美智子) 왕비를 면담했고, 이 자리에서 아키히토 일왕의 한국 방문을 초청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전인 2월 1일 동아일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일본 아사히신문 등 3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왕의 한국 방문에 어떤 제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데 이어 거듭 일왕을 초청함에 따라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국내 정서상 일왕의 방한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일왕 방한 문제가 논의됐지만 역사 교과서 문제 등으로 실현되지 못했다”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이 ‘천황’이란 호칭을 써 논란이 일자 외교통상부는 “상대국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우리 정부는 천황이라는 호칭을 사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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