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 300여표差 →2표差 →역전, 천당-지옥 오락가락

  • 입력 2008년 4월 10일 02시 59분


■ 접전지 투개표 이모저모

前現정부 실세 대결 일산동, 엎치락뒤치락에 애간장

부산지역 습도 높아 개표기 오작동… 곳곳서 수작업

신안 250여명 기상악화로 인근 섬에 못가 투표못해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와 통합민주당 정동영 후보가 맞붙은 서울 동작을 선거구의 개표소에서는 개표 직후 양측 참관인의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방송사 출구조사에 이어 실제 개표에서도 정몽준 후보가 초반부터 크게 앞서며 승기를 잡자 정동영 후보 측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민주당 측 참관인들은 한결같이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그래도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끝까지 투표용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정몽준 후보는 당선이 확정되자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선거사무소를 찾아 부인 김영명 씨와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와 한반도 대운하 반대의 기치를 내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격전을 벌인 서울 은평을에서는 방송사마다 출구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오자 양측 진영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러나 개표가 후반에 접어들면서 문 후보가 이 후보를 계속 앞서 나가자 문 후보 측 참관인들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문 후보는 “낙후된 지역 정서를 무시한 채 대운하를 추진한 오만한 정치에 대한 심판”이라며 “새로운 정치 희망의 씨앗을 심어 주신 구민의 위대한 선택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오후 10시 10분경 선거사무실에 나와 “장수는 전쟁에서 지면 군말하지 않는다”며 “앞으로의 거취는 17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그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권의 실세 총리와 이명박 정부의 실세가 맞붙은 경기 고양 일산동 선거구는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와 당락이 엇갈려 개표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투표 직전 여론조사에서 다소 앞섰던 통합민주당 한명숙 후보 측은 “예상과 달리 개표 초반부터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어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초조감을 감추지 못했다.

개표가 진행되며 한나라당 백성운 후보가 역전하자 양측 참관인들에게서 환호성과 탄식이 엇갈려 나왔다.

○…충북 충주 선거구는 선거 전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이시종 후보가 한나라당 윤진식 후보를 평균 20%포인트 이상 크게 앞섰지만 개표가 시작되면서 1%포인트 전후의 피 말리는 접전이 계속됐다.

오후 8시 반경 윤 후보가 300여 표 차로 이 후보를 앞서기 시작했으나 10분 뒤 2표 차까지 좁혀졌다. 이후 0.5%포인트 안팎으로 후보 간 득표율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양 후보 측 관계자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개표 결과를 지켜보던 한 충주시민은 “고교 동창으로 30년 우정을 이어온 두 후보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승부를 벌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에는 하루 종일 내린 비로 습도가 높아져 개표가 곳곳에서 차질을 빚었다.

중-동 개표소인 초량초교에서는 개표 초반부터 투표용지 자동분류기가 오작동을 일으켜 한꺼번에 투표용지를 2장씩 분류해 개표요원들이 수작업으로 일부 개표작업을 진행했다.

또 습기로 인해 투표용지의 도장 자국이 번지면서 자동개표기가 투표용지를 식별하지 못해 요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재확인하느라 애를 먹었다.

개표장 관계자는 “개표 전부터 자동개표기에 습기제거제를 넣고 물기를 닦는 등 대책을 강구했지만 워낙 습도가 높아 에러가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전북 정읍과 김제 지역의 투표소 입구에는 방역을 위해 발판 소독기가 설치돼 출입하는 모든 사람이 신발을 소독한 뒤 투표소를 출입했다.

전북 도내에서는 고병원성 AI가 확인된 정읍시 영원면 영원초교, 고부면 관청초교, 김제시 용지초교와 AI 발생이 우려되는 완주군 이서초교 등 모두 11곳의 투표소 입구에 발판 소독기가 설치됐다.

AI가 발생한 농장 주인들은 오전 일찍 가족들과 함께 투표를 마쳤고 이 지역 투표율은 주변 지역보다 높았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살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는 이날 오전 8시 5분경 진영여중에 마련된 진영 제4투표소에서 수행원과 함께 귀향 후 첫 투표권을 행사했다.

노 전 대통령은 주민등록증을 보여 주고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투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별로 할 말이 없다. 투표에 많은 분이 참가했으면 좋겠다”고 짧게 말했다.

투표를 마치고 귀가한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을 찾은 부산, 경남 양산지역 초등학생 20여 명과 선거 등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전국에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해상에 풍랑 및 강풍주의보가 발효되자 해양경찰청은 이례적으로 투표함 비상 수송 작전에 나섰다.

각 지방자치단체 소속 행정선은 대부분 100t 이하로 규모가 작고, 도서 지방을 오가는 여객선도 기상 악화로 운항을 중단함에 따라 투표함 수송에 차질을 빚게 된 것.

이에 따라 해경은 군산과 태안 목포 완도 여수해경 소속 경비함 15척을 투입해 흑산도와 거문도 등 전국의 섬 112곳에 설치된 314개 투표함을 밤늦게까지 신속하게 운송했다.

○…전남 무안-신안군에서는 각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엇갈리면서 후보들의 희비도 교차했다. 이날 신안군의 유권자 250여 명은 기상 악화로 투표소가 설치된 인근 섬으로 나가지 못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기도 했다.

오후 7시경 무안군 백제고교에서 먼저 개표가 시작되면서 무안군 출신의 무소속 이윤석 후보가 선두로 나섰다. 무소속의 김홍업 후보와 민주당 황호순 후보는 그 뒤를 따랐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투표함의 도착이 늦어지고 있지만 신안군의 개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김 후보가 선두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 종합


▼촬영 : 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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