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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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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김태영 합참의장의 핵 공격 대책 발언을 문제 삼은 북한에 대해 2일 답신 전화통지문을 보낸 것은 군 당국 간 대화 채널을 계속 열어놓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군과 정부 일각에선 북한이 김 의장의 발언을 자의적으로 왜곡해 해석한 만큼 북측의 전통문을 무시하거나 대응하지 말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 의장이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핵 공격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일반적인 군사조치’ 개념을 언급한 것인데, 북한이 이를 ‘선제공격 폭언’이라고 트집 잡는 것은 특정한 의도로 긴장을 조성하기 위한 ‘군부의 제스처’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의 군사상황실 남북 직통전화를 통해 전달한 전통문에서 군사회담 통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관련 부처 간 논의 끝에 답신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군 당국간 공식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한 우리도 최대한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북한의 무력시위나 대남 강경발언에 대해 전통문을 보내 유감을 표명한 사례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2006년 7월 미사일을 발사한 다음 날 남측은 “북측이 장성급 군사회담 실무 접촉을 하자고 제의한 직후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전통문을 보낸 바 있다.
한편 국방부는 답신 전통문 첫 대목에서 남북 불가침 합의를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해 더는 북한의 선제타격 논쟁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992년 2월 발효된 ‘남북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 합의서’ 제2장 제9조의 ‘남북 불가침’ 원칙을 거듭 천명함으로써 북한의 선제공격 주장이 ‘과잉 해석’이라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군 관계자는 “남측이 선제타격할 준비도 의사도 없는 만큼 북한 군부 등 강경세력이 더는 사태를 확대 재생산하지 말라는 충고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북한의 다음 반응. 북한이 답신 전통문에 담긴 남측의 의사를 존중해 장성급회담 실무접촉 등 대화를 제의할 경우 군 당국은 적극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이 김 의장 발언의 사과와 취소를 거듭 요구하며 더욱 강도 높은 비방전을 통해 긴장의 수위를 높일 경우 남북 군 당국간 접촉이 장기간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군 고위 관계자는 “남측의 대화 의지와 선의를 북측이 받아들여 근거 없는 비방이나 긴장 조성행위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군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 사태를 긴장 조성 국면으로 계속 몰고 갈 경우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방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과거 10년간 북한이 대남 압박을 위해 활용한 각종 비방전과 협박 전술은 이젠 더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깨닫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힐-김계관 내일 만날듯 ▼
북핵 6자회담의 미국과 북한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4일경 회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동을 통해 신고 시한을 3개월이나 넘긴 북한 핵 문제가 타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이 회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2일 말했다.
힐 차관보는 2일 외교통상부 권종락 제1차관, 이용준 차관보 등 당국자들과의 협의가 끝난 뒤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와 관련해 “시간 부족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으로부터 2, 3일 내에 신고 문제에 대해 새로운 것을 들을 수 있는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