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요구 다 들어줘도 핵신고 힘들것”

  • 입력 2008년 3월 31일 02시 57분


헤커 前미국립핵연구소장 방북보고서

‘미국은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계속 요구해야 하지만 이것 때문에 영변 핵단지 불능화와 해체가 방해받아선 안 된다.’

지난달 방북한 시그프리드 헤커(사진) 전 미국 국립핵연구소장은 14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 제출한 방북 보고서에서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조치는 플루토늄 추가 생산을 막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미국자유아시아방송(RFA)이 29일 보도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헤커 전 소장은 “북한은 우라늄 농축 연구 노력을 벌였을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지만 상업적 규모에 근접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플루토늄 추가 생산을 막을 절호의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12∼16일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담당관, 공화당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의 보좌관 키스 루스 씨 등과 함께 방북해 북한 외무성 관리들과 3차례 회동하고 영변 핵시설 단지를 둘러봤다.

북한은 지난해 6자회담 2·13 및 10·3합의를 통해 영변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해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지난해 말까지 하기로 약속했으나 신고를 둘러싼 미국과의 이견으로 현재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헤커 전 소장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요구를 6자회담 관련국들이 모두 들어준다 해도) 북한이 핵 신고를 하긴 무척 힘들 것”이라며 “나 같으면 현 시점에서 (핵 신고) 문제로 북한의 핵 생산 단지를 항구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길을 막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북한이 현재 진행 중인 영변 핵시설 불능화 작업을 중단하고 재가동하려면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또 폐연료봉 추출이 완료되고 보관 중인 새 연료봉까지 불능화될 경우 재가동에 1년∼1년 반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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